[경제 이슈] '홈 퍼니싱'과 국민총소득 3만 달러

  • 6년 전

◀ 앵커 ▶

네, 경제이슈입니다.

요즘 백화점에 가면 어느 매장을 먼저 찾으십니까?

역시 패션 매장인가요?

아니면 화장품 또는 식품 매장일까요?

최근 주요 백화점들 패션매장을 줄이고, 대신 '리빙' 관련 매장을 넓히고 있습니다.

작은 그릇에서부터 고가의 가구까지 판매하는 '리빙관'을 키우는 이유.

그렇습니다, 두말할 것 없이 매출이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인데요.

그런데요, 이렇게 크고 작은 인테리어나 집 꾸미기 시장이 커지는 건 또 우리의 국민소득이 늘어난 것과 직결돼 있습니다.

오늘(4일) 경제이슈에선 집 꾸미기 시장이 커지는 이유,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관련 보도 보시겠습니다.

◀ 리포트 ▶

서울의 한 백화점.

고층 한쪽, 손님 발길 뜸한 자리가 보통이었던 '리빙' 상품이 두 개 층에 걸쳐 전면 배치됐습니다.

컵과 접시 등 주방용품부터 베개와 이불 같은 침구까지.

집 거실이나 침실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진열 방식으로 관심을 끕니다.

가구업체들도 리빙 시장 규모를 키우고 있습니다.

집을 통째로 옮겨놓은 듯한 대형 전시장에 생활 소품 매장만 한 개 층을 따로 뒀을 정도입니다.

인테리어의 일부였던 벽지, 페인트, 타일 등 자재 매장도 개인 소비자들을 겨냥하고 있습니다.

[황민욱/타일업체 과장]
"(예전엔) 인테리어 관련된 종사자 분들이 많이 오셨는데, 요즘에는 내부 마감재를 소비자가 직접 고르는 게 더 많아져서…"

◀ 앵커 ▶

"국민소득 1만 달러 시대엔 차를 바꾸고, 2만 달러엔 집을, 그리고 3만 달러 시대엔 가구를 바꾼다."

전 세계적 유통업계에서 통하는 불문율이라고 합니다.

그냥 나온 말이 아니고요.

이미 유럽과 미국, 그리고 일본에서 확인된 소비 패턴인데요.

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소득은 지난해 2만 9,745달러로, 이제 곧 3만 달러 시대니까 가구를 바꿀 차례일 수 있겠죠.

이, "가구를 바꾼다." 쉽게 생각하면, 집안 인테리어 신경 쓴다고 할 수 있지만.

최근엔 개념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홈 퍼니싱'

바로, 집을 의미하는 '홈'과 꾸민다는 뜻의 '퍼니싱'을 합성한 말인데요.

이 홈퍼니싱의 범위, 아주 넓습니다.

수천만 원을 들여서 집을 다 뜯어고치는 대형 인테리어 뿐만 아니라, 내 맘에 쏙 드는 나무 의자 하나, 예쁜 그릇이나 맘에 드는 주방용품 하나, 그리고 분위기 있는 수건 한 장 바꾸는 것도 홈퍼니싱에 해당하고요.

패션 영역인 침대보 같은 침구류나 무선 진공청소기, 커피메이커 같은 가전제품 바꾸는 것도 이젠, 홈퍼니싱 영역으로 들어왔습니다.

혹시 이 대목에서 아직 차도, 집도 없는데 무슨 가구를 바꾸냐, 하실 수 있지만요.

국내 홈퍼니싱 시장, 이미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10년 전엔 매출이 연간 7조 원 정도였었거든요.

하지만 어느새 10조 원을 돌파해서 올해는 13조 원에 이를 전망이 됐습니다.

그래서 요즘 백화점 업계를 먹여 살리는 게 바로, 리빙 부문이라고 하는데요.

실제로 한 유명 백화점, 최근 4년간 전체 매출 신장률은 2%도 안 됐지만, 리빙 부문은 패션보다 두 배나 많은 10% 넘게 성장했습니다.

특히, 의류는 온라인 주문이 가능해도 침대나 의자, 그릇 같은 주방용품은 직접 눈으로 보고, 만지고 누워봐야 하는데요.

그래서 국내 백화점들 이 리빙 부문을 내세워서 인터넷 쇼핑몰에 뺏긴 고객을 다시 집 밖으로 나오게 하는 전략도 세우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대체 누가 홈퍼니싱.

집 안 꾸미기에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고 있느냐.

사실, 가구 바꾸기나 인테리어 이런 건, 과거 50~60대 중 장년층이 주로 했었죠.

신혼부부도 주된 소비층이지만, 요즘엔 달라지고 있습니다.

한 번쯤 들어보셨을 최근 유행하는 단어들인데요.

한 번뿐인 인생 즐기며 살자는 '욜로'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는 '소확행'

일과 사람의 균형을 쫓는 '워라밸'

이런 키워드들에는 요즘 사람이 원하는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이 담겨있는데요.

실제로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대학생과 직장인이 홈퍼니싱의 주요 고객층이 됐고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남자들까지 중요한 소비 주체로 떠올랐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고가의 수입 가구만 사는 게 아닙니다.

거실과 서재의 조명을 바꾸고요, 식탁보와 어울리는 그릇을 찾느라 기꺼이 몇 시간을 보냅니다.

또 내 집이 아닌, 전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