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riage is a Crazy Thing(2002) korean movie with English subs

Korean Cinephile

An English literature lecturer (Kam Woo-sung) and a designer (Uhm Jung-hwa) enjoy sexual liaisons without committing to each other.

Transcript

00:00:00한글자막 by 한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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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4:00한글자막 by 한효정

00:04:10맛있게 가십시오.

00:04:13주문하시겠습니까?

00:04:15혹시 이 근처에 체인점이 또 있습니까?

00:04:19없는데요.

00:04:22왜 웃어요?

00:04:23아니요. 좀 전에 누가 똑같이 물어봤거든요.

00:04:31더도 덜도 말고, 쟤만큼만 이뻐라.

00:04:34실례합니다. 저 불 좀 빌릴 수 있을까요?

00:05:04한글자막 by 한효정

00:05:35저기요. 혹시 규진 씨 친구분 아니세요?

00:05:41강현희 씨?

00:05:43예. 많이 기다렸죠?

00:05:461분만 더 기다리다 그냥 가려고 했어요.

00:05:49미안해요. 낮잠을 잤어요.

00:05:55늦었으니까 제가 커피 살게요.

00:05:57가시죠.

00:06:05정말 더 안 기다리고 그냥 가려고 했어요?

00:06:08바람 맞은 줄 알았죠.

00:06:12실은 어떤 자식이 저하고 똑같이 한결의 신문을 말아주고 서 있더라고요.

00:06:17그래요?

00:06:18한참 같이 서 있다 보니까 조금 어색한 생각이 들어서 그냥 가려고 했죠.

00:06:35규진 씨랑은 대학 동창인가요?

00:06:38중학교 때부터 같이 다녔죠.

00:06:41유리 씨한테 말씀 많이 들었어요. 자랑을 많이 하더라고요.

00:06:46뭐라 그러던가요?

00:06:48미인이시고 착하다고요.

00:06:52맞는 말도 있고 틀린 말도 있네요.

00:06:55아니에요.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미인이세요.

00:06:59그건 맞는 말이고요.

00:07:03후자가 틀린 말이에요.

00:07:10하는 일이 뭐예요?

00:07:13네?

00:07:14유리한테 아무 얘기도 못 들었어요.

00:07:16직업, 나이, 출신 학교 뭐 그런 거요.

00:07:22그런 것들이 뭐요?

00:07:24그런 거요.

00:07:28그런 것들이 뭐 중요한가요?

00:07:30때론 맛없는 반찬부터 먹어치우고 싶기도 하잖아요.

00:07:35중요한 거라면 결정적일 때 묻지 않겠어요?

00:07:38그러네요.

00:07:40저는 대학의 시간 강사로 나가고 있어요.

00:07:44과는요?

00:07:45영문과입니다.

00:07:46그럼 생활은 어떻게 하세요?

00:07:50아직 보따리 장사니까 뭐 근근히 사는 정도죠.

00:07:58형제는 어떻게 되세요?

00:08:00이남 일녀 중에 제가 맞이에요.

00:08:02예.

00:08:07결혼하면...

00:08:08잘하면 섹시한 여자친구 하나 생기는 게 아닐까 하는 기대감은 일찌감치 접어야 했다.

00:08:14그녀는 서른 일곱 번째 혹은 서른 여덟 번째 맞선 나온 여자처럼 굴고 있었다.

00:08:21하긴 맞선이라면 나 역시 서른 살 이후의 계절수만큼의 경험은 갖고 있었지만.

00:08:28무슨 요리 잘하세요?

00:08:31콩나물 비빔밥.

00:08:33콩나물 비빔밥?

00:08:37아니 보기보다 상당히 소박하시네요.

00:08:40하품이 삐져나올 만큼 상투적인 대화가 이어졌다.

00:08:45그녀가 가끔 나에게 지어보이는 미소 역시 증명사진 찍기에나 적당한 것이었다.

00:08:51때문에 그게 나에 대한 호감의 표시인지 아닌지는 전혀 짐작할 수가 없었다.

00:09:05어땠어요?

00:09:06그냥 뭐 좀 싱겁네요.

00:09:09스토리가 너무 뻔해서.

00:09:12뻔하긴 해도 재미는 있네요.

00:09:15하긴 뭐 뻔한 걸 재미있게 보여주는 게 홀리오드 영화의 미덕이죠.

00:09:20출출한데 어디 가서 저녁이나 할까요?

00:09:23영화 탓을 할 게 아니었다.

00:09:26나야말로 너무나도 뻔한 줄거리에 맞선 절차를 착착 밟아가고 있는 중이었으니까.

00:09:37한 잔 하실래요?

00:09:39아니요 저 술 잘 못해요.

00:09:42맥주 한 잔 정도는 괜찮지 않아요?

00:09:46그럼 딱 한 잔만 할게요.

00:09:47그래요.

00:09:55건배.

00:10:07잘 마시네요.

00:10:09오늘따라 술이 참 다네요.

00:10:26버스가 너무 안 오네요.

00:10:29차 맛 어때요?

00:10:32여기 가야돔 술이랑 잘 어울리네요.

00:10:35그쵸?

00:10:40여기 솔리주 좀 더 주세요.

00:10:43네.

00:10:45여기 솔리주 한 잔 더 주세요.

00:10:48네.

00:10:50여기 솔리주 한 잔 더 주세요.

00:10:53네.

00:10:55여기 솔리주 한 잔 더 주세요.

00:10:59괜찮겠어요?

00:11:02감사합니다.

00:11:12자 주세요.

00:11:14사실은

00:11:17그 영화 본 거예요.

00:11:22그저께도 저 선 봤거든요.

00:11:26그때도 참 지루했는데

00:11:30그 지루함이

00:11:32그저께도

00:11:34그저께도

00:11:36그저께도

00:11:38그저께도

00:11:41그저께도

00:11:43지루한 영화를 또 보러 갔네요.

00:11:47우습죠?

00:11:54한 달 사이에 만나본 남자만

00:11:57열 명이 넘어요.

00:12:02이렇게까지 해서 결혼이란 걸 해야 하는 건지

00:12:07웃기죠?

00:12:13저기요

00:12:15잔 하나만 더 주시겠어요?

00:12:21잘 마셨어요.

00:12:23저도요.

00:12:26전철 끊겼겠죠?

00:12:28심야 버스도 끊겼을 거예요.

00:12:31어쩌죠?

00:12:34필름이나 끊기지 않길 바라야죠.

00:12:41어디 가요?

00:12:43택시 잡아야죠.

00:12:45아 예.

00:12:52갈 수 있겠어요?

00:12:54왜요? 데려다 주시게요?

00:12:57그러죠 뭐.

00:13:09근데

00:13:10왔다 갔다 택시비 하면

00:13:13여간비가 더 쌀 것 같은데요?

00:13:19어차피 고라 떨어질 것 같은데

00:13:23택시비 하나 여간비 하나 마찬가지일 것 같긴 한데요?

00:13:40택시비 하나요?

00:14:10빨리요.

00:14:37지금 넣어.

00:14:40아직 안 젖었잖아

00:14:42그래야 좋아

00:15:10안에다 하지마

00:15:41그 남자 못생겼지?

00:15:44누구?

00:15:47그 남자 말이야

00:15:49그 신문지

00:15:51아 신문지 말하신 사람?

00:15:55미남이던데

00:15:57그래?

00:15:59설마

00:16:01아는 사람이야?

00:16:03어젯밤 통신하다가 알게 됐어

00:16:06하도 만나지 못하고

00:16:09하도 만나자고 졸라대길래

00:16:13둘 중에 더 나아 보이는 사람을 만나려고 했지?

00:16:21정말 잘생겼어?

00:16:23응

00:16:27무지 아쉽겠다

00:16:32걔랑 만났으면 좋았을텐데

00:16:35자칭 킹카래

00:16:37엔지니언데 가게도 하나 가지고 있대

00:16:41게다가 순진한 구석도 있더라

00:16:44자기는 재미삼아 통신하는 게 아니래

00:16:48배우자를 진지하게 찾는데나?

00:16:52근데 왜 늦었어?

00:16:54차를 놓쳤어

00:16:58그 버스를 탔어야 하는 건데

00:17:01배우자를 채팅해서 찾다니

00:17:04미친놈 아니야?

00:17:06하지마

00:17:10그랬다면 덕분에 나도

00:17:13지금쯤 그 햄버거집 아르바이트 여학생이나 꼬셔서 신나게 놀고 있을 텐데

00:17:19아르바이트 여학생?

00:17:24예뻤어?

00:17:25그럼

00:17:27머리를 뒤로 묶고 그렇게 모자를 썼는데

00:17:30너보단 훨씬 어리고 예뻤지

00:17:35아!

00:17:42만약에 말이야

00:17:45네가 그 자식을 만나고

00:17:48내가 그 아르바이트 여학생을 만났다면

00:17:51지금쯤 우리는 어떻게 됐을까?

00:17:56자?

00:17:59옆방에 있겠지

00:18:02자는 게 낫겠다

00:18:06그리고

00:18:08그 아르바이트 여학생한테 소곤소곤 묻겠지

00:18:13내가 예정대로 선을 봤다면

00:18:15지금쯤 어떻게 됐을까?

00:18:21이 시의 주인공 프로프록은

00:18:24자의식이 강하고

00:18:26자기 냉소적인 인물이에요

00:18:28한번 눈 딱 감고 프로포즈를 해볼까?

00:18:31아니야

00:18:32꼬셔본들 이런 게 다 무슨 가치가 있지?

00:18:34근데 사실 훌륭한 시는

00:18:36이렇게 극히 개인적이고 트리비얼한

00:18:39잡념이나 망상에서 출발을 합니다

00:18:45교수님!

00:18:51이거요

00:18:52아이고 잘 마실게요

00:18:54그런데요

00:18:56아까 말씀하신 비디오 테이프요

00:18:59비디오 테이프?

00:19:00아까 교수님이 엘리어트 강의하시기 전에

00:19:02영화 얘기하셨잖아요

00:19:03아, 내츄럴

00:19:04예, 그거요

00:19:06그것 좀 빌려볼 수 없을까요?

00:19:09그거 CD인데 나도 아직 안 봤거든

00:19:11한글 자막도 안 돼 있고

00:19:12그래도요

00:19:14그래도 보고 싶다면 뭐 빌려줘야지

00:19:16고맙습니다

00:19:18그럼 차라리 기념으로

00:19:20빌려줘야지

00:19:21고맙습니다

00:19:23그럼 차라리 교수님 그거 보실 때

00:19:25저도 같이 보면 안 돼요?

00:19:28글쎄

00:19:29그럼 약속하시는 거예요

00:19:31참, 교수님 제 이름 기억 못하시죠?

00:19:34제 이름은 류 의사의 은희예요

00:19:47아, 왜 웃어 인마?

00:19:49인생의 첫발 사랑의 화초

00:19:52왕림

00:19:54언제 봐도 식상하지 않냐?

00:19:55아이고, 난 네가 더 식상해 인마

00:19:58이제 너 하나 남았다

00:19:59아이고, 네 걱정이나 하셔

00:20:01나는 혼자서도 잘 하니까

00:20:03아무튼 유리 씨 축하합니다

00:20:07혼자서도 잘하기는

00:20:08야 인마

00:20:09근데 니네 어머니 왜 나만 보시면

00:20:12아이고, 규진아

00:20:13어디 좋은 여자 없냐?

00:20:14맨날 그러시냐?

00:20:15그만 좀 해라

00:20:16아니, 너는 뒤늦게 가는 주제에 무슨

00:20:19한 술 더 뜨고 앉았네

00:20:21참, 어땠어요?

00:20:24뭐가요?

00:20:25연희 말이에요

00:20:27응, 아 참, 어땠어?

00:20:30소개는 시켜줬으면

00:20:31좋다 싫다 말을 해야 될 거 아니야 인마

00:20:47여보세요

00:20:48준영 씨?

00:20:50나야 연희

00:20:52어, 연희 씨

00:20:55연희 씨?

00:20:58잘 있었어?

00:21:00어, 그날 어떻게 잘 들어갔어?

00:21:05올해도 있다 물어본다

00:21:07그동안 왜 연락 안 했어?

00:21:09지금 막 하려던 참인데

00:21:12그럼 좀 더 있다 할 걸 그랬네

00:21:16나 내일 시간 있는데 우리 만날까?

00:21:19좋아

00:21:21뭐 할까?

00:21:23자전거나 타러 갈까?

00:21:46신문지 말아주고 만난 건가요?

00:22:16연희야

00:22:46벗지 마, 그냥 해

00:22:52근데 자기는 왜 사정하자마자 욕실로 달려가려고 해?

00:23:00몸에 좋은 게 많아

00:23:02몸에 좋은 게 많아

00:23:04아니, 내가 왜 사정하지는 않냐고

00:23:07너는 왜 사정하지는 않니?

00:23:09그럼, 내가 사정하자고

00:23:10근데 자기는 왜 사정하자마자 욕실로 달려가려고 해?

00:23:16몸에 정액이 묻어있으면 불쾌해

00:23:19그거 무지 깨는 거 알아?

00:23:28할 때 왜 옷을 다 못 벗게 해?

00:23:31그러면 흥분이 안 돼

00:23:33왜?

00:23:34볼딱 벗은 사람 몸을 보면 살코기 같아 보여

00:23:40토할 것 같아

00:23:42하지만 옷을 입고 있으면 그 사람이 느껴져

00:23:48그 사람만의 독특한 분위기 같은 거

00:23:51옷에서?

00:23:54말도 안 돼

00:23:56혹시 전에 좋아했던 남자가 나랑 똑같은 바지나 팬츠 입었던 거 아니야?

00:24:05그날 버스를 놓친 게 아니지?

00:24:08뭐?

00:24:10그날 넌 약속 시간에 도착을 했어

00:24:13다만 두 사람 모두 기다리고 있으니까 어디선가 숨어서 지켜보고 있었던 거야

00:24:19근데 그 친구보단 내가 더 나아 보였거든

00:24:22그래서 그 친구가 사라지기를 기다렸다가 내 앞에 나타난 거야

00:24:26그치?

00:24:28마음대로 생각해

00:24:29만약에 나한테도 그런 선택권이 있었다면

00:24:33너보다는 그 아르바이트 여학생을 만났을 거야

00:24:38잠깐만

00:24:46어때? 이렇게 하니까 나도 어려 보이지 않아?

00:24:50뒷모습은 비슷하네

00:24:52그럼 이제부터 나를 그 아르바이트 여학생이라고 생각해

00:24:59그렇게는 안 되겠다

00:25:01왜?

00:25:02걔는 얼굴이 착하게 생겼거든

00:25:08나가자

00:25:11어딜?

00:25:13계속 여기만 있을 거야?

00:25:16그래 좋아

00:25:19그럼 이제부터 서로 예의를 깎듯이 갖추는 거야

00:25:22그리고 군사 레스토랑에 가서 저녁도 먹고

00:25:25헤어질 때 장미꽃이랑 고민영도 사줘야 돼

00:25:28알았지?

00:25:29그건 왜?

00:25:31착한 남자들은 다 그렇게 해

00:25:34일단 백화점부터 가자

00:25:39정말 사줄 거야?

00:25:43내일이 조카 생일이라서 선물 사러 가야 돼

00:25:50어디 가?

00:25:51여긴 주방용품 파는 데야

00:25:53아 근데 여기 왔으니까 우리 한 바퀴만 돌아오고 가자

00:25:57좀 쉬어요

00:26:07이건 렌즈나 오븐에 넣어도 괜찮은 거죠?

00:26:12저거 식탁 위에 올려놓으면 좋겠다 그치?

00:26:17그만 좀 보자

00:26:23잠깐만

00:26:31자기야

00:26:33이거 어때?

00:26:35닮았네

00:26:40아이 됐어

00:26:42잠깐만 해봐

00:26:46이거 자기랑 나랑 요리할 때 입으면 무지 예쁘겠다 그치?

00:26:50남편분이 자상해 보이세요

00:26:53그런 편이에요

00:26:55이거 요즘 신혼부부들이 좋아하는 아이템이에요

00:26:58잘 어울리시는데요?

00:26:59그래요?

00:27:03정말 우리가 신혼부부로 보이나 봐 그치?

00:27:06연기 잘한다

00:27:07배우 해도 되겠어?

00:27:09재밌잖아

00:27:10그래?

00:27:12그럼 이러고 평생 다닐까?

00:27:14평생?

00:27:16응

00:27:18지금 청혼하는 거야?

00:27:20아니

00:27:21그럼?

00:27:22말 그대로 연기 가짜 결혼을 하는 거지

00:27:26우리 어머니 소은이 오래가기 전에 내가 장가가는 거거든

00:27:29말도 안 돼

00:27:31생각보다 훨씬 간단해

00:27:33뭐가?

00:27:34각자 따로 살다가 명절때나 부부행세를 하는 거야

00:27:37결혼 안 한 사람들한테는 명절이 특히 쥐약이거든

00:27:41그게 되니? 금세 들키지?

00:27:44주말 부부인 양 살면 되는 거야

00:27:47그러다가 시부모님이 오시면은

00:27:48한 이 정도 대상을 보시면 돼

00:27:50속상해서 죽겠어요 어머니

00:27:52이 사람은요 집안일에는 손가락 하나 까딱 안 해요

00:27:55하다못해 못질도 제가 해요 어머니

00:27:57그럼 우리가 가짜로 살고 있다는 건 상상도 못 할 거야

00:28:00친구들한테는?

00:28:02응 그것도 간단해

00:28:04자기 남편 자랑이나 흉골 때 너도 그런 상투적인 불만 하나 좀 털어놓으면 돼

00:28:09우리 부부는 서로 양말 찾느라고 정신이 없어

00:28:13그 애는 아침에 출근할 때 양말 찾느라고 정신이 없고

00:28:16나는 저녁에 그 애가 벗어난 양말 찾느라고 정신이 없어

00:28:21별로 어렵지 않네?

00:28:22그럼 아주 쉬워

00:28:26그럼 섹스는?

00:28:28그건 진짜로 해야지

00:28:30어휴 나쁜놈아

00:28:35하긴 결혼한 친구들 사는 거 보니까 다 비슷하더라

00:28:41걱정도 고마운고만 행복도 고마운고만

00:28:44무슨 체인점 살인 것 같아

00:28:46근데 지금 우리 어디로 가고 있는 거야?

00:28:50어? 조카 선물 사야지 가자

00:28:56야경이 너무 마음에 든다

00:28:58그치?

00:29:01근데 말이야 이런 데서 야경을 볼 때면 가끔 그런 생각이 들어

00:29:08하느님은 늘 스카이라운지 높이쯤에 떠 있는 게 아닐까

00:29:12여기서는 세상이 그저 보시기에 좋게만 보이거든

00:29:34근데 지금 이 순간엔 그 하느님도 잠시 한눈을 밝게 분명해

00:29:38왜?

00:29:40왜냐면 너무 아름다운 미인이 옆에 와 있거든

00:29:50재미없어?

00:29:53거짓말인데도 듣기 좋아

00:29:57평생 이렇게 데이트나 하면서 그런 달콤한 말이나 실컷 듣고 살았으면 좋겠다

00:30:03이 청거북이 조카 녀석이 정말 좋아할까?

00:30:08귀엽잖아 다섯 마리 다 이름 지어주라 그래

00:30:19나 선볼 것 같아 다음 주에

00:30:25내 얘기 들었어?

00:30:27어

00:30:28볼까 말까?

00:30:32네가 알아서 해

00:30:37그렇게 말할 줄 알았어

00:30:39아니 내가 보지 말라고 안 볼 것도 아니잖아

00:30:43그건 그래?

00:30:47그래도 자기가 보지 말라면 최소한 안 본 척은 했을 거야

00:30:51정말 결혼할 생각이 있긴 있는 거야?

00:30:54당연하지 남자만 나타나면 바로 할 거야

00:30:59그래?

00:31:01네가 결혼을 한다고?

00:31:04왜? 난 결혼 못할 것 같니?

00:31:07네가 결혼한다면 그건 일종의 범죄 아니야?

00:31:13웃겨?

00:31:14처녀야 한다는 따위와 소리가 아니야

00:31:16너 같은 스타일이 결혼하면 평생 신랑 하나만 바라보고 살 수 있을 것 같아?

00:31:21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해?

00:31:25난 자신 있어 절대로 들키지 않을 자신

00:31:34내가 결혼한다고?

00:31:35난 자신 있어 절대로 들키지 않을 자신

00:32:00이거 한 가지는 분명한 것 같아

00:32:03너나 나나 한 열두 살 이후로 누군가를 끊임없이 좋아했어

00:32:08그리고 사랑해왔어

00:32:11그런데 그 감성이 그 감각이 결혼하는 걸로 땡하고 끝날 것 같아

00:32:18그건 웃기는 얘기지

00:32:21정말 그럴까?

00:32:25더구나 네가 맞선해서 찾는 건 어떤 남자가 아니잖아

00:32:30뭐?

00:32:32어떤 조건이잖아

00:32:37어떤 남자가 아니고 어떤 조건

00:32:40내 말 틀렸어?

00:32:42잘난 척하지 마 네가 뭘 안다 그래?

00:32:45네가 뭐라고 했건 난 선부로 나가지 않았을 거야

00:32:47내가 그 조건에 맞지 않았기 때문에

00:32:50그래서 결혼 가능성에서 제외됐기 때문에 그날도 나하고 잔 거 아니야

00:32:54뭐 단순히 뭐 좋아서 잔 건가?

00:32:57그냥 준영 씨 생각을 알아보고 싶었을 뿐이야

00:33:01선볼 계획 따위는 애당초 없었다고 알아?

00:33:26여보세요?

00:33:27저예요 세윤이 류세윤

00:33:29어 그래

00:33:30저번에 한 약속 기억하시죠?

00:33:33어

00:33:34그 CD 지금 가지고 계세요?

00:33:37가지고는 왔는데 지금 어디니?

00:33:40기다리세요 지금 교수님한테 가고 있어요

00:33:43안녕하세요 교수님

00:33:45어 안녕

00:33:54영화 재밌어?

00:33:56예

00:33:59영화 재밌다

00:34:00영화네

00:34:02영화 재밌다

00:34:06영화 재밌다

00:34:08영화 재밌다

00:34:10영화 재밌다

00:34:11예. 아니 솔직히 조금 지루한데요. 선생님이랑 보니까 재미있어요.

00:34:19선생님 스킨 뭐 쓰세요? 냄새가 참 좋은데요.

00:34:24그래?

00:34:30나머지는 가져가서 보고 나중에 돌려줄래?

00:34:35네.

00:34:38네 그럴게요.

00:34:41저 선생님.

00:34:51선생님 강의 들을 때부터

00:34:55선생님이랑 키스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00:35:01왜?

00:35:05강의하시는 폼이 너무 귀여웠거든요.

00:35:11그래? 나보단 창밖을 더 자주 보는 것 같던데.

00:35:17그랬나요?

00:35:21사랑하는 사람 있으세요?

00:35:25응. 그럼 결혼하시겠네요?

00:35:36여보세요.

00:35:41네.

00:36:03앉지 않고 뭐해?

00:36:11넌 내일 장가 갈 놈이 어디서 뭐 하는 거야?

00:36:14그렇게 됐다. 지영이한테 할 말도 있고.

00:36:18나 먼저 갈게.

00:36:23야 지영아.

00:36:26야 지영아.

00:36:30야.

00:36:32나 꼭 지영이 때문에 말 아니야.

00:36:36꼭 지영이 때문만 아니야.

00:36:40막상 결혼을 하려니까 이건 아닌데.

00:36:44그런 생각이 자꾸 들어요.

00:36:47왜?

00:36:49막상 청각 생활 청산을 하니까 서운하냐?

00:36:55도망갈 수 있다면 도망이라도 가고 싶다.

00:37:00뭔가 존나게 손해보는 느낌이 들어.

00:37:04그건 자식아 유리 씨도 마찬가지지.

00:37:07몰라. 나 여차하면 내일 식장에 안 들어간다.

00:37:14신랑 조규진 군은 송유리 양을 신부로 맞아 평생 사랑하겠습니까?

00:37:21예.

00:37:22나는 내심 규진이의 결혼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00:37:25연이와 자연스레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00:37:30사실 난 그날 연이에게 괜한 말을 한 걸 후회하고 있었다.

00:37:36난 신부의 친구인 연이가 당연히 참석해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00:37:40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00:37:42얘 7시 비행기랬지?

00:37:45응.

00:37:467시면 4시에는 떠나야 될 텐데.

00:37:50왜 그래 아까부터.

00:37:52뭘?

00:37:53네가 신혼여행 가냐?

00:37:55그만 걱정하고 밥 먹어.

00:37:57폐백이 좀 늦어지나 보네.

00:38:00너 음료수 한 잔 할래?

00:38:02응 됐어.

00:38:20나 좀 봐주라.

00:38:22어머 미안해.

00:38:25고마워.

00:38:29인사해 이쪽은 내 중학교 친구들.

00:38:31안녕하세요.

00:38:32네 반가워요.

00:38:33뭐 준영이는 박고 이쪽은 은미.

00:38:36안녕하세요 말씀 많이 들었어요.

00:38:38그리고 이쪽은 지영이.

00:38:40안녕하세요.

00:38:41신혼여행 어디로 가요?

00:38:42발리로요.

00:38:43집들이 할 때 꼭 오세요.

00:38:47오랜만이에요.

00:38:49예 오랜만이에요.

00:38:53우리 어디 가서 한 잔 더 할까?

00:38:55이대로 헤어질 순 없잖아.

00:39:23언제부터 알고 지내는 친구들이세요?

00:39:26중학교 때부터요.

00:39:28우와 지겹지 않으세요?

00:39:31자주 만나지 못하니까 남편보단 덜 지겨워요.

00:39:36정말 남편보다 덜 지겨?

00:39:39그래.

00:39:45저...

00:39:48저...

00:39:50저...

00:39:58거북이 한 마리가 없어졌어.

00:40:04아무리 찾아봐도 보이지가 않아.

00:40:07한 마리 다시 사줄까요?

00:40:12그냥 없어졌다는 거야 다섯 마리 중에 한 마리가.

00:40:16다섯 마리 다 잃어버리면 그때 연락하세요.

00:40:19새로 사드릴 테니까.

00:40:46잘 지냈어?

00:41:09아니.

00:41:12거북이 죽기만 기다리면서 지냈지 뭐

00:41:16정말이야 심심하면 너앞에 멍하니 앉아서 거북이만 쳐다봤어.

00:41:26그러고 앉아있으면 조카가 지나가다 물어봐.

00:41:29삼촌 뭐해?

00:41:31거북이 언제 죽나 기다려.

00:41:39어쩐 일이야?

00:41:40다시 연락 안 할 줄 알았더니.

00:41:46그냥 근처에 일 때문에 왔다가

00:41:50전화번호 생각나길래 걸어본 거야.

00:41:53그게 다야?

00:41:58다 골랐어?

00:41:59응 잠깐만.

00:42:06나 선 봤어.

00:42:08뭐 그래?

00:42:10어떤 사람인데?

00:42:13의사야.

00:42:15형제가 뭐 또 의사래.

00:42:19드디어 찾았구나.

00:42:22그런데 좀 못생겼어.

00:42:25얼마나 못생겼는데?

00:42:32하러 갈까?

00:42:36싫어.

00:42:39왜?

00:42:40나도 의사 만나러 가야 돼.

00:42:45의사?

00:42:46여의사나 꼬셔볼라고.

00:42:49아 아파.

00:42:56아파 어머니가.

00:42:59편찮으셔?

00:43:16이게 뭐야?

00:43:18앨범.

00:43:19앨범?

00:43:20응.

00:43:22나의 변천사.

00:43:23궁금하지 않아?

00:43:26그래?

00:43:29우리 엄마야.

00:43:32미인이시다.

00:43:36두 분이 사이가 아주 좋으신 것 같다.

00:43:38응.

00:43:39우리 엄마가

00:43:41두 분이 사이가 아주 좋으신 것 같다.

00:43:45엄마는 아직도 아버지밖에 모르셔.

00:43:52어릴 때도 예뻤네.

00:43:59이건 누가 찍은 거야?

00:44:01내가.

00:44:02그래?

00:44:03응.

00:44:05이런 재주가 있는 줄 몰랐네.

00:44:08말 안 했나?

00:44:09나 어릴 적 꿈이 사진작가였잖아.

00:44:13어 저기야 그냥 이쯤에서 저기 세워주면 돼.

00:44:20고마워.

00:44:22내릴게.

00:44:28혹시 그 선본 남자가 이 병원에서 근무하는 거 아니야?

00:44:34차 돌릴 곳이 마땅치 않았어.

00:44:37고마워 잘 가.

00:44:40잘 가.

00:44:55어 잠깐 같이 안 올라갈래?

00:44:59엄마.

00:45:00응.

00:45:03내가 오늘 기가 막힌 선물 가져왔어.

00:45:06안녕하세요.

00:45:07나 좋다고 쫓아다니는 여자들 많잖아.

00:45:09그 중에 하나야.

00:45:10기가 막혀서 그래요.

00:45:11어서 와요.

00:45:13아니 뭘 이런 걸.

00:45:14어서 앉아.

00:45:15주세요.

00:45:16그래 그래.

00:45:17앉아.

00:45:18앉아요.

00:45:19아이고 뭘 좀 주나.

00:45:21앉아 계세요.

00:45:22아니 아니.

00:45:23이리 주세요.

00:45:24아니 앉으라니까요.

00:45:26아이고 어쩌나.

00:45:27대접할 데 마땅치 않아서.

00:45:29대접이라뇨.

00:45:30엄마 여긴 병원이에요.

00:45:32그래도 그렇지.

00:45:34제가 닦을게요.

00:45:35아니 아니에요.

00:45:36제가 닦을게요.

00:45:37아니 괜찮아요.

00:45:38닦게 그냥 두세요.

00:45:42이 여자는 또 어디서 배운 걸까?

00:45:45얌전하게 눈을 내리깔고 얇게 껍질을 깎아 내려가는 것이

00:45:49수십 대째 시어머니 앞에서 며느리가 취해오던 바로 그 동작이었다.

00:45:57이거 드세요.

00:45:59그런데 이런 물건을 인사를 받아서 어떡하면 좋아.

00:46:02별 말씀을요.

00:46:03빨리 캐쳐하세요.

00:46:04긴장하지 마세요.

00:46:06오늘부터 내가 하루에 한 명씩 데리고 올 테니까 그 중에서 엄마가 골라.

00:46:13괜히 인사드렸나 봐.

00:46:15손까지 꼭 잡으시고 이것저것 물어보시는데 괜히 죄송했어.

00:46:21아니야 괜찮아.

00:46:22그냥 학교 후배 사이일 뿐이라고 말씀드렸어.

00:46:25그래?

00:46:26막상 그렇게 말했다니까 서운한데?

00:46:38왜?

00:46:40하고 싶지 않아.

00:46:41네가 오자고 한 거잖아.

00:46:44골치가 아파 죽겠어.

00:46:46왜?

00:46:49한 명은 의사, 두 명은 회사원, 한 명은 벤처 사업가.

00:46:54그리고 너.

00:47:00이 다섯 중에 누굴 골라야 할지 말이야.

00:47:04난 빼줘.

00:47:06한 번 가정을 해보는 거야.

00:47:10첫 번째는 의사 사모님이라 먹고 살 걱정은 안 하겠지만 단조로운 생활에 콧대 높은 시댁 식구들 꼴 봐야지.

00:47:20또 못생긴 신랑 얼굴에 정도 붙여야지.

00:47:25다음은 셀러리맨의 아내.

00:47:29이건 귀여운 연아의 남편하고 살 수 있어서 즐겁긴 한데 너무 박봉이야.

00:47:38키는 또 왜 그렇게 작아?

00:47:41하지마 간지러워.

00:47:43그 다음도 같은 셀러리맨.

00:47:46그치만 인류대 출신에다가 분양받아 놓은 아파트도 있대고.

00:47:54맞아.

00:47:55눈이 참 선량해 보였어.

00:48:00근데 좀 마마보이 기질이 있는 것 같아.

00:48:05말끝마다 우리 엄마가.

00:48:08나는 왜 낀 거야?

00:48:10너?

00:48:11너는 솔직한 구석이 있어서 좋아.

00:48:16어머님도 좋으신 것 같고.

00:48:19또?

00:48:21또?

00:48:24테크닉이 뛰어나잖아.

00:48:26그치만 당분간 셋방살을 해야 될 것 같고.

00:48:31바람기가 있어 보여.

00:48:34결혼하고 나서도 틈만 내면 딴짓 할 것 같고.

00:48:40그치?

00:48:42그치?

00:48:44그치?

00:48:46그치?

00:48:48그치?

00:48:50그치?

00:48:52그치?

00:48:54그치?

00:48:56결혼할 게 분명해.

00:48:59정말 복잡하다.

00:49:02복잡할 거 없어.

00:49:04일단 나를 포함해서 가난한 자식들은 다 빼.

00:49:10왜?

00:49:11넌 절대 경제적인 조건 포기 못해.

00:49:18네가 그걸 어떻게 장담해?

00:49:20네 입장이라면 나도 포기하지 않을 것 같아.

00:49:23빠진다.

00:49:29나 두 사람 중에 한 사람을 택할 거야.

00:49:35축하해.

00:49:37그럼 날 잡아.

00:49:39아직 결정한 게 아니야.

00:49:41자기랑 할지 그 의사랑 할지는.

00:49:44나랑은 안 되니까 그 의사놈이랑 날짜를 잡으라고.

00:49:48정말 나랑은 결혼할 생각이 전혀 없는 거야?

00:49:51아니 누구랑도 마찬가지야.

00:49:56왜?

00:50:04말해봐.

00:50:05거짓말하면서 살 자신이 없어.

00:50:13멀리 여행이나 갔으면 좋겠다.

00:50:352.

00:50:363.

00:50:45교수님.

00:50:47교수님.

00:50:581.

00:50:594.

00:51:005.

00:51:017.

00:51:058.

00:51:069.

00:51:0710.

00:51:0811.

00:51:0912.

00:51:1013.

00:51:1114.

00:51:1215.

00:51:1316.

00:51:1417.

00:51:1518.

00:51:1619.

00:51:1720.

00:51:1821.

00:51:1922.

00:51: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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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51:3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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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52:5966.

00:53:0066.

00:53:01자기가 이렇게 잔소리하니까 정말 내 신랑 같다.

00:53:06피곤하지?

00:53:08다이어트 한 거야?

00:53:11예복만 좀 하자.

00:53:12응.

00:53:13응.

00:53:14응.

00:53:15응.

00:53:16응.

00:53:17응.

00:53:18응.

00:53:19응.

00:53:20응.

00:53:21응.

00:53:22응.

00:53:23응.

00:53:2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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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53:26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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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53:28응.

00:53:29응.

00:53:30응.

00:53:31응.

00:53:32응.

00:53:33응.

00:53:34응.

00:53:36예복만 좀 봐줘.

00:53:38아직 멀었어?

00:53:43다 됐어.

00:53:52어때?

00:53:55예쁜데?

00:53:58무슨 신랑이 저렇게 무덤덤한지 모르겠어요.

00:54:06집도 봤으니까 난 여기서 그냥 갈게.

00:54:09안 들어갈 거야?

00:54:10됐어.

00:54:12내가 살 집인데 궁금하지 않아?

00:54:20들어와.

00:54:26뭐해?

00:54:27뭐해?

00:54:28뭐해?

00:54:29뭐해?

00:54:30뭐해?

00:54:31뭐해?

00:54:32뭐해?

00:54:33뭐해?

00:54:34뭐해?

00:54:35뭐해?

00:54:42잠깐만.

00:54:53진짜 낫네.

00:54:58뭘로 마실래?

00:55:00어, 아무거나.

00:55:05고마워.

00:55:21지금 보니까 널 이 친구한테 밀어버리길 정말 잘한 것 같다.

00:55:29알긴 아네?

00:55:31뭘?

00:55:32날 이곳으로 보낸 게 너라는 거 말이야.

00:55:36웃기지 마.

00:55:38넌 어차피 이곳으로 올 사람이었어.

00:55:41그랬을지도 모르지.

00:55:44그치만 자기가 그렇게 절대로 결혼하지 않을 거라고 미리 선을 그지만 않았어도

00:55:54난 이렇게 빨리 자기를 포기하진 못했을 거야.

00:56:02그래.

00:56:27햇볕이 아름답게 들어오는 집이었다.

00:56:30그리고 애들은 아직 안 들어왔어? 하고 물어보면 딱 좋을 것 같은 조용한 오후였다.

00:56:39나중에 여기서 자기 냄새 나면 어떡하지?

00:56:43왜? 들킬까봐?

00:56:46아니, 더 흥분될 것 같아서.

00:56:51그래.

00:56:53그래.

00:56:55그래.

00:56:57그래.

00:56:59그래.

00:57:01그래.

00:57:03그래.

00:57:06그래.

00:57:07남편이랑 할 땐 내 이름만 부르지마.

00:57:21왜?

00:57:26안 서는데.

00:57:33안 들어가?

00:57:34안 들어가?

00:57:36여기서는 내가 싫어.

00:57:41어디 가는 거야?

00:57:47어디 가냐니까?

00:57:49여행.

00:57:55신혼여행.

00:57:58신혼여행?

00:58:04신혼여행.

00:58:06신혼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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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58:50오길 잘했지?

00:58:53어.

00:59:00아, 잠깐만.

00:59:04어.

00:59:12아예 준비를 다 해왔구만?

00:59:14내가 얘기했잖아.

00:59:15내 꿈이 사진작가였다고.

00:59:18거기 서봐.

00:59:21됐어.

00:59:23아, 좀 웃어봐.

00:59:34신혼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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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0:34이곳은 한국의 전통시장으로 유명한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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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0:59이곳은 한국의 전통시장으로 유명한 곳입니다.

01:01:03여기가 어디쯤인지 알겠어?

01:01:07아니.

01:01:11와, 별 좀 봐.

01:01:16가까운 시내로 나가는 거 어때?

01:01:19민박할래.

01:01:21명색이 신혼여행인데 호텔 가서 자야 되는 거 아니야?

01:01:25싫어.

01:01:27대학원생 부부가 무슨 돈이 있다고 호텔에서 자니?

01:01:31그래도 신혼 첫날인데.

01:01:34그래도 안 돼.

01:01:37돈 아껴서 그걸로 시부모님 선물 살 거야.

01:01:42효분하네.

01:01:45삼촌 한 번 깎아주세요.

01:01:47그것도 많이 깎아준 건데.

01:01:49할머니, 삼촌 한 번 깎아주세요.

01:01:52그래.

01:01:54감사합니다.

01:01:55감사합니다.

01:02:00어때 내 솜씨?

01:02:13지금이라도 시내로 나갈까?

01:02:16군사인데 뭘.

01:02:23진짜 군사야?

01:02:24응.

01:02:28거기 서봐봐.

01:02:30그만 찍어.

01:02:31서봐.

01:02:36마지막이야.

01:02:38알았어.

01:02:43나중에 자기 교수님 되면 오늘 찍은 사진 보면서 우리 웃자.

01:02:55먼저 청소부터 하자.

01:02:58자기는 빗자루 빌려다 쓸어.

01:03:00내가 걸레 빨아 올게.

01:03:03그리고 교대를 문 앞에서 지켜주면서 목욕도 하고.

01:03:08내가 화장실 갈 땐 자기가 플래시 들고 따라와 줘야 돼.

01:03:15너무 재밌다, 그치?

01:03:25귀다.

01:03:33불 꺼.

01:03:35알았어.

01:03:45거식이, 집 가는 저리 돌아가면 이따가 나 깨울까 봐 미리 알려주는 거야.

01:03:51네.

01:03:54벗겨줘.

01:04:24불 꺼.

01:04:54그냥 안에다 해.

01:04:57싫어.

01:04:59왜?

01:05:02당분간 맞벌이 해야 되잖아.

01:05:12따뜻해.

01:05:14근데 자기는 통 옛날 애인들 얘기는 안 하더라?

01:05:19새삼 드럽게 그러네.

01:05:20그건 왜?

01:05:23첫날밤이니까.

01:05:27애인이 바뀔 때마다 헤어진 여자 같고 이야기하는 거는 좀 야비한 일 같아.

01:05:36바람둥이 답다.

01:05:40첫 번째 여자는 이건 내 거야, 그랬겠지?

01:05:47두 번째 여자는

01:05:50나의 초파추스.

01:05:55그리고 세 번째 여자는

01:05:56나는 몇 번째야?

01:05:59응?

01:06:00지금까지 몇 명의 남자하고 자봤냐고.

01:06:04말도 안 돼. 자기가 첫 남자야.

01:06:10안 믿는 눈치인데?

01:06:13믿어.

01:06:15왜?

01:06:17첫날밤이니까.

01:06:20응.

01:06:50이번 시간에 다룰 존단의 시인은

01:06:53김정은 씨입니다.

01:06:55김정은 씨.

01:06:57김정은 씨.

01:06:59김정은 씨.

01:07:01김정은 씨.

01:07:03김정은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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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7:09김정은 씨.

01:07:11김정은 씨.

01:07:13김정은 씨.

01:07:15김정은 씨.

01:07:17김정은 씨.

01:07:18이번 시간에 다룰 존단의 시 벼룩은

01:07:22컨시트.

01:07:24기발한 착상과 비유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01:07:27서두에서도 말했지만

01:07:28이건 17세기 형의상학시들의 두드러진 특징이기도 합니다.

01:07:33몇 주가 흘렀다.

01:07:36나는 버릇처럼 걸려오지 않을 연희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었다.

01:07:42연희가 보고 싶을 때면

01:07:43가끔 그녀의 신혼생활을 상상해보곤 했다.

01:07:48아마도 연희는

01:07:50너무나 발랄하게 자기에게 주어진 아내 역할을 충실히 소화해내고 있을 것이다.

01:07:56남편 퇴근 시간에 맞춰 된장찌개를 끓이고

01:07:59그가 원하는 몸매를 유지하기 위해 적당한 운동을 할 것이다.

01:08:05그리고 주말이면

01:08:07남편의 팔짱을 끼고 쇼핑을 다닐 것이다.

01:08:12그런 상상을 하다 보면

01:08:14얼마간 그녀를 잊을 수 있었다.

01:08:19연희에게 다시 전화가 걸려온 건

01:08:22그녀가 결혼한 지 두 달이 조금 지난 어느 날이었다.

01:08:49나 결혼한 것처럼 보여?

01:08:51아니.

01:08:53어떻게 지냈어?

01:08:55어, 바빴어.

01:08:57번역 일거리를 맡았거든.

01:08:59아직도 부모님한테 얹혀 살아?

01:09:03자꾸 장가 가라고 그러셔서

01:09:05따로 나와서 살고 싶기는 한데

01:09:07아직 여의치가 않네.

01:09:09그녀는

01:09:11부모님께서

01:09:13부모님께서

01:09:14따로 나와서 살고 싶기는 한데

01:09:16아직 여의치가 않네.

01:09:20돈 때문이야?

01:09:22그렇지 뭐.

01:09:24그거라면

01:09:26내가 도와줄 수 있는데

01:09:29퇴직금이 좀 남았거든.

01:09:34새로 옮긴 직장은 마음에 들어?

01:09:40좋아.

01:09:42네 적성에 맞을 줄 알았어.

01:09:45근데

01:09:48무료해.

01:09:52하루 일과가 어떻게 돼?

01:09:54아침상 차려주고

01:09:56수영장 갔다가

01:09:58오후엔 쇼핑도 하고

01:10:00저녁상 맛있게 차려주고

01:10:01자기 왔어 그러겠네.

01:10:04대충.

01:10:06무슨 요리 잘해?

01:10:08거의 다.

01:10:10그중에서도 매운탕이랑 갈치조림은

01:10:13내가 봐도 맛있게 잘한다.

01:10:16둘이 반주도 하면서

01:10:18소다도 떨고 그러겠네.

01:10:21질투하는 거야?

01:10:23내가 다시 연락할 거라고 생각했어?

01:10:26글쎄.

01:10:28수영강사가 멋대가리 없는 놈이라면?

01:10:33내 결혼식 때

01:10:35자기가 정말로 올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어.

01:10:37얼마나 깜짝 놀랐는지 몰라.

01:10:40신부가 좀 아깝더라.

01:10:43그래?

01:10:46그래.

01:10:47잘 가.

01:10:51그거 잘 생각해 봐.

01:10:53뭘?

01:10:54독립하는 거 말이야.

01:10:55정말 도와주고 싶어.

01:10:58고맙지만 사양하겠어.

01:11:00그냥 준다는 게 아니야.

01:11:02도와주는 거야.

01:11:04나 갈게.

01:11:08준영 씨.

01:11:10잘 생각해 봐, 꼭.

01:11:12알았지?

01:11:14안녕.

01:11:38다 좋은데

01:11:40좀 좁다.

01:11:43좁다고?

01:11:46나랑 둘이 살기엔 말이야.

01:11:50물 더워?

01:11:51응.

01:11:53물 좀 마실게.

01:11:54응.

01:11:56물 좀 마시자.

01:11:57응.

01:11:58물 좀 마시자.

01:11:59응.

01:12:00물 좀 마시자.

01:12:01응.

01:12:02물 좀 마시자.

01:12:03응.

01:12:04물 좀 마시자.

01:12:05응.

01:12:07응.

01:12:08맛있다.

01:12:12나랑 결혼했어도

01:12:14같이 외출했다 돌아오면

01:12:17자기가 이렇게 손수 커피를 타줬을까?

01:12:21그런 거 하기 싫어서

01:12:22결혼 안 하는 건데?

01:12:24뭐?

01:12:26설거지나 커피 타주는 걸로

01:12:28매일매일 사랑하니 안 하니 따지는 거.

01:12:31잘났어.

01:12:32저기다가

01:12:33우리 신혼여행 가서 찍은 사진 올려놓고

01:12:37여기다가 식탁을 놓고

01:12:39꽃병도 하나 놓으면 딱 좋겠다.

01:12:41내가 저 역상 차리면서

01:12:43자기가 오나 안 오나

01:12:45내다볼 수 있잖아.

01:12:47유치하다.

01:12:50어렸을 땐

01:12:51결혼해서 그렇게 사는 게

01:12:53내 꿈이었어.

01:12:55유치해도 상관없어.

01:12:57그래?

01:12:59그럼

01:13:00유치해도 상관없어.

01:13:04우리가 결혼했다면

01:13:06바로 이런 방에다가

01:13:07신혼 살림을 차렸겠지?

01:13:10나랑 안 하길 정말 잘했지?

01:13:15응.

01:13:17우리가 결혼했다면 아마

01:13:19금방 헤어졌을 거야.

01:13:25열쇠 하나 만들어줘.

01:13:28근데

01:13:30왜 다시 나 만나려는 거야?

01:13:34여기 오니까 정말 상쾌하다.

01:13:46이것도 좀 좋겠다.

01:13:48그건 안 돼.

01:13:49너무 커.

01:13:50둘이 쓸 건데.

01:13:53이게 딱 좋겠다.

01:13:54색깔도 괜찮고.

01:13:56아저씨

01:13:57이거 얼마예요?

01:13:5815만 원.

01:13:5915만 원이요?

01:14:00너무 비쌌겠지?

01:14:02더러워.

01:14:03이것도 너무 비져봐.

01:14:05차라리 행어를 놓는 게 나을 것 같아.

01:14:06침대 옆에 이거 놓는 거 어때?

01:14:09그것보단 이게 나아.

01:14:10위에 텔레비전 놓을 수 있잖아.

01:14:12아까 이거 얼마라고 그러셨죠?

01:14:1414만 원까지는 해드릴게요.

01:14:16아까 이거 보니까

01:14:17흠집이 있더라고요.

01:14:19이 신부님

01:14:20사진입니다.

01:14:30뭐야 이게?

01:14:31왜?

01:14:32정작 먹을 건 하나도 없잖아.

01:14:35조금만 참아.

01:14:37내가 집에 가서

01:14:38된장찌개 맛있게 끓여줄게.

01:14:43계산은 반반씩 하기다.

01:14:45네가 다 내.

01:14:47내가?

01:14:48내가?

01:14:49내가?

01:14:50내가?

01:14:51내가?

01:14:52내가?

01:14:53내가?

01:14:54내가?

01:14:55내가?

01:14:56내가?

01:14:57내가?

01:14:58내가?

01:14:59내?

01:15:00고객 어디 있어?

01:15:01어디 있기는?

01:15:02솔직히 여기서 나한테 필요한 게 어디 있냐?

01:15:08자 이거.

01:15:15여보세요.

01:15:20그럴 리가 없는데.

01:15:22내내 켜놨었어.

01:15:23친구들 만나서 좀 늦어질 것 같은데, 오늘 야근이야?

01:15:33집에서 봐요. 어.

01:15:44이제야 좀 신혼집 같네.

01:15:46덕분에 방만 더 뒤집어졌어.

01:15:49신혼살림이 아니라 석곱살림 같네.

01:15:52거기 앉으면 어떡해.

01:15:54이건 발닦이야, 방석이 아니고.

01:15:58세 번대 어때?

01:16:04원신처럼 보이지 좀 마.

01:16:07아무튼 내 취향은 아니야.

01:16:10그래도 좋지?

01:16:12아이고, 아이고. 배고파 죽겠다.

01:16:15좀만 기다려. 금방 해줄게.

01:16:23어때? 정말 귀여운 새댁 같지 않아?

01:16:29배고파.

01:16:37이것도요?

01:16:38저번에 시금치 찾았잖아.

01:16:40네.

01:16:41오늘은 싱싱한 거 있는데.

01:16:42오늘은 됐어요.

01:16:45새댁은 무슨 일을 해?

01:16:47네?

01:16:48뜸하게 오는 것 같아서 신랑은 맨날 보는데.

01:16:53지방에서 회사 다녀요.

01:16:55아, 주말 부부시구나.

01:16:59그렇죠, 뭐.

01:17:02담배 한 갈만 주실래요?

01:17:03어, 신랑 왔네.

01:17:06이제 와?

01:17:08이따가 맛있는 갈치조림 해줄게.

01:17:18우리 주말 부부다.

01:17:20고마워.

01:17:46빨래를 꼭 이렇게 해야 되나?

01:17:49재미있잖아.

01:17:52평소에 해보고 싶었어.

01:18:03엄마!

01:18:06집어.

01:18:07집어?

01:18:13알아.

01:18:15미안해.

01:18:17아, 이거 진짜.

01:18:27잠깐, 찌개 타겠어.

01:18:37왜 추워?

01:18:39다 했어.

01:18:41이 닦고 와.

01:18:42입에서 갈치 비린내 난단 말이야.

01:18:48이 닦고 오기 전에 절대로 안 돼.

01:18:50이러니까 결혼하면 서로의 성적 매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거야.

01:18:54아, 냄새.

01:19:11자기야, 있지?

01:19:12어?

01:19:14나올 때 면도기하고 면도크림 좀 갖고 나와라.

01:19:18왜?

01:19:19면도해 주고 싶어.

01:19:21면도?

01:19:22키스할 때 따갑단 말이야.

01:19:27긴장돼, 살살해.

01:19:41남편한테도 이렇게 해줘?

01:19:56잘하네.

01:19:59어렸을 때 아빠가 면도하시는 게 그렇게 근사해 보이더라고.

01:20:04그 뒤로 가끔 사랑하는 남자한테 면도해 주는 상상을 했었다.

01:20:11간지러워.

01:20:12간지러워.

01:20:13피고 싶으면 그래라.

01:20:15피고 싶어.

01:20:16간지러워.

01:20:27야!

01:20:29야!

01:20:30야!

01:20:31야!

01:20:32야!

01:20:33야!

01:20:46어, 밖이야.

01:20:49곧 들어갈 거야.

01:20:51식사 냈어요?

01:20:55늦겠네, 그럼.

01:21:03나와.

01:21:34가려고?

01:21:35응.

01:21:50왜 남의 메일을 열고 그래?

01:21:53여자인 것 같은데?

01:21:54선생님, 저 세윤이에요.

01:21:57음악표 표가 두 장 생겨서 선생님 생각이 났어요.

01:22:01저번에 같이 본 영화는 잘 생각이 안 나는데.

01:22:06그때 선생님 표정이랑 스킨 연기는 지금도 뚜렷이 기억이 나요.

01:22:11꼭 연락 주세요.

01:22:15제자랑 연애해?

01:22:17연애는 무슨, 그냥 하나 학생이야.

01:22:20뭘, 보통 사이는 아닌 것 같은데.

01:22:23아니라니까.

01:22:24언제부터 만났어?

01:22:28잤어?

01:22:31뭘 알고 싶은데?

01:22:33설령 잤다고 해도 너랑 상관없는 일이잖아.

01:22:37상관없다고?

01:22:40그렇잖아.

01:22:41내가 누굴 만나든 그거 네가 신경 쓸 일이 아니잖아.

01:22:47좋아.

01:22:49그 계집애랑 자든 말든 그건 내가 할 바 아니야.

01:22:54그치만 최소한 여긴 끌어들이지 마.

01:22:58뭐?

01:22:59여긴 내가 꾸민 방이야.

01:23:01다른 계집애 냄새 배는 거 싫어.

01:23:06언제나 지 편할 때로구만.

01:23:08뭐가?

01:23:09나도 네 몸에서 딴 남자 향수 냄새 맡는 거 지겨워.

01:23:22정작 기분 나빠야 할 사람은 나란 얘기야.

01:23:30그래, 알았어.

01:23:33그 계집애랑 잘해봐.

01:23:41물론 걔한테도 그랬겠지.

01:23:43난 결혼 같은 건 안 해.

01:23:44한 여자한테만 얽매이는 거 싫어.

01:23:48실은 지가 더 치사하게 여자를 재고 고르면서.

01:23:51아니야?

01:23:59넌 언제나 그렇게 가면 끝이지?

01:24:01뭐?

01:24:02그러다가 생각나면 또 찾아올 거고.

01:24:06난 너랑 달라.

01:24:07너야 그냥 가버리면 끝이지만 난 아주 기분 엿 같아.

01:24:12네 쓰레빠 굴러다니지?

01:24:13베개에 네 머리카락 묻어있지?

01:24:15아주 기분 더러워 알아?

01:24:29어디 온 거야?

01:25:00여보세요.

01:25:01엄마다 아직 안 일어났니?

01:25:04예.

01:25:05아침 먹으러 안 올래?

01:25:06미역국 끓여놨는데.

01:25:09저 원래 아침 안 먹잖아요.

01:25:11아이고 참.

01:25:13오늘 네 생일인 건 아니?

01:25:16알아요.

01:25:17나중에 제가 전화 드릴게요.

01:25:20네.

01:25:22네.

01:25:23네.

01:25:24네.

01:25:25네.

01:25:26네.

01:25:27네.

01:25:28전화 드릴게요.

01:25:30네 준영아.

01:25:31예.

01:25:58엄마.

01:26:29어쩐 일이야?

01:26:32또 라면이야? 귀찮아도 밥 해먹으라고 했잖아

01:26:37벌써 심심해졌어? 안 올 줄 알았더니

01:26:43나 안 보고 싶었어?

01:26:46너 애초에 이러려고 돈 꽂은 거지?

01:26:50아니라고 할 순 없지

01:26:53잠깐만

01:26:59내가 직접 구운 거야 맛있겠지?

01:27:06반응이 뭐 그래?

01:27:09라면 이거 굽느라고 하루 종일 얼마나 낑낑거렸는데

01:27:13어? 데코레이션이 어디 갔지?

01:27:17분명히 놓은 거 같은데?

01:27:19데코레이션이 어디 갔지? 분명히 놓은 거 같은데?

01:27:50받지 마

01:27:53그 사람일 거야

01:27:55저번에도 안 받았더니 자꾸 꼬치꼬치 물어보잖아

01:28:05여보세요?

01:28:07어

01:28:09지금 강의 끝나고 사람들이랑 밥 먹으러 가고 있어

01:28:15그래요?

01:28:16금방은 못 들어갈 거 같아

01:28:18모처럼 내가 사겠다고 했는데 어떻게 나만 빠져나가

01:28:24한 두 시간쯤?

01:28:27저녁 꼭 챙겨 먹고

01:28:29이따 봐요

01:28:40무슨 강의인데 그래?

01:28:43심심해서 오후 타임 영어 회화라도 듣겠다고 했지

01:28:49제대로 된 거네

01:28:51내가 영문과 강사니까

01:28:57축하해 건배

01:29:06꼭 찍어야 돼?

01:29:07그럼 꼭 찍어둬야 돼

01:29:10그래도 나밖에 없지? 생일도 다 챙겨주고

01:29:17자 먹어봐

01:29:19산 거랑은 맛이 틀릴걸?

01:29:25맛있네

01:29:27진짜로?

01:29:30케이크 좋아하나 봐

01:29:31응?

01:29:34응 좋아하는 편이지

01:29:39또 뭐 좋아해?

01:29:44불고기도 좋아하고 매운탕도 좋아하고

01:29:48내가 하는 건 다 잘 먹어

01:29:51그렇겠지 뭐 니가 요리 솜씨가 좋으니까

01:29:56근데 갑자기 그런 거 왜 물어봐?

01:29:58생전 우리 신랑 얘기는 안 하던 사람이

01:30:02그냥 궁금해서

01:30:04뭐가 궁금한데?

01:30:07궁금하지

01:30:10그럼 궁금한 거 얘기해봐

01:30:13남편이랑 너랑

01:30:17아니야 됐어

01:30:19뭔데 얘기해봐

01:30:22별거냐

01:30:28꼭 외딴 섬에 와 있는 거 같아

01:30:33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01:30:37가야 되는 거 아니야?

01:30:39아직 시간이 있어

01:30:43마시지 마

01:30:45왜?

01:30:46술 냄새 풍기고 들어가면 이상하게 생각할 거 아니야

01:30:49그럼 자고 가지 뭐

01:31:10야 나 며칠만 재워주라

01:31:13왜?

01:31:14오늘부터 별거 하기로 했다

01:31:17별거?

01:31:20별걸 다 하는구나

01:31:29뭐야?

01:31:30아무것도 아니야

01:31:32엊그제 알았어

01:31:34와이프는 벌써 다 알고 있더라고

01:31:36지영이 말이야

01:31:38눈치챈 지 오래된 모양이야

01:31:41지영이도 알아?

01:31:43연락을 끊겼댔나

01:31:46같은 여자로 죄의식이 느껴진다

01:31:49너는?

01:31:51나 뭐?

01:31:52너는 어떡할 거냐고

01:31:55모르겠다

01:31:57이번 기회 깨끗이 헤어지는 거 어때?

01:32:01헤어지라고?

01:32:03누구랑?

01:32:04헤어지라고?

01:32:06누구랑?

01:32:35얼마나 기다렸는 줄 알아?

01:32:38핸드폰을 왜 꺼냈어?

01:32:41오늘 규진이 만났어

01:32:45규진 씨는 왜?

01:32:51나도 오늘 아침에 유리랑 통화했어

01:32:56결혼식 때 검은색 정장 입고 왔던 그 여자지

01:33:01그렇게 사랑하는 사이면

01:33:03지금이라도 유리랑 이혼해야 되는 거 아니야?

01:33:07그게 쉽나

01:33:09이혼하고 나면 당장 살집도 마땅치 않고

01:33:12유리 씨는 유리 씨대로 힘들어질걸

01:33:16그까짓 것들 다 두려우면서 어떻게 사랑을 해?

01:33:22넌 그럴 수 있어?

01:33:24응

01:33:25난 그럴 수 있어

01:33:27아니야

01:33:29넌 그럴 수 없어

01:33:31있어

01:33:40들키지 않을 자신

01:33:46이제 오지마

01:33:49왜?

01:33:50그랬으면 좋겠어

01:33:54난 아니야

01:33:59사진 잘 나왔다

01:34:02자기도 사진 잘 찍는데?

01:34:05이건 진짜 잘 나왔다

01:34:08달콤한 신혼

01:34:11이렇게 이름 붙여가지고

01:34:14진짜 잘 나왔다

01:34:16달콤한 신혼

01:34:18이렇게 이름 붙여가지고 여성주에 보낼까?

01:34:23겁 안 나니?

01:34:25그런 거 자료로 남겨놓고

01:34:30너도 참 모르겠다

01:34:35그딴 거 만들어서 뭐 하려고 그래?

01:34:38나중에 자기 결혼하면 기념으로 주려고 그런다 왜

01:34:45자기야

01:34:47지금 내가 뭐 만드는지 알아?

01:34:50뭔데?

01:34:52콩나물국에 콩나물 무침 그리고

01:34:57콩나물 비빔밥

01:35:01난 라면이나 끓여 먹을란다

01:35:03콩나물 비빔밥 싫어?

01:35:05비빔밥 싫어

01:35:07비빔밥 싫어

01:35:09비빔밥 싫어

01:35:11비빔밥 싫어

01:35:12난 라면이나 끓여 먹을란다

01:35:14콩나물 비빔밥 싫어?

01:35:16별미잖아

01:35:18너한텐 별미지만 나한텐 별로야

01:35:21라면이나 끓여줘

01:35:24지금 반찬투정하는 거야?

01:35:26이렇게 정성을 다해서 차리고 있는데

01:35:29그렇게 안 해도 돼

01:35:31먹기 싫으면 말아라

01:35:33달랬단 말이야

01:35:37어디 가?

01:35:38라면 사러 가

01:35:39잠깐

01:35:40그럼 고추도 사와

01:35:44어?

01:35:46난 라면에 고추를 안 넣어

01:35:53사올 거지?

01:35:57여기요

01:36:01아까 새댁이 콩나물이랑 같이 사갔는데

01:36:04그래요?

01:36:11결국 사올 거면서

01:36:14라면 있었잖아

01:36:16어차피 누군가는 고추 사러 갔어야 했거든

01:36:24정말 라면 먹을 거야?

01:36:27어?

01:36:29으이구

01:36:31밴드의 콧구멍

01:36:41빨리 와 식잖아

01:36:44얼른

01:37:01정매도 그거 먹기만 해

01:37:07정매도 그거 먹기만 해

01:37:10정매도 그거 먹기만 해

01:37:16나 혼자 이거 다 먹으란 말이야?

01:37:40정매도 그거 먹기만 해

01:38:10이제 끝내자

01:38:13서로 슬슬 지겨워지기 시작하고 있잖아

01:38:19자신 있어?

01:38:22어차피 언제까지고 계속 될 수는 없는 거잖아

01:38:25그 이유가 하필

01:38:27콩나물 비빔밥 때문일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지만

01:38:33정말 끝낼 수 있어?

01:38:34의지 문젠데

01:38:36널 잊기 힘들 때는

01:38:40다른 여자나 찾아볼 거야

01:38:45하긴

01:38:50나도 그럴 거야

01:38:56나도 그럴 거야

01:38:58나도 그럴 거야

01:39:03나 다시 자길 만나러 올 줄 몰라

01:39:07오지마

01:39:12만약에

01:39:14내가 못 참고 다시 자길 만나러 오면

01:39:20매정하게 돌려보내 줘

01:39:27갈수록 아무런 죄책감도 느껴지지가 않아

01:39:32남들보다 약간

01:39:35바쁘게 사는 것 같은 느낌뿐이야

01:39:38아무튼 이제 그만 와

01:39:40네가 오면 널 돌려보낼 자신이 없어

01:39:47마지막이다라고 생각하니

01:39:49왠지 더욱 흥분되는 느낌이 들었다

01:39:53그녀의 머리칼

01:39:55눈동자의 움직임

01:39:58살결의 감촉과 재취

01:40:01그리고 손가락의 느낌들

01:40:05더 이상은 내 것이 아닌 그녀의 모든 것들을

01:40:10나는 남김없이 내 속에 영원히 붙잡아두고 싶었다

01:40:28한참 남았다!

01:40:31한참!

01:40:33어머니 잘 있었어?

01:40:35응

01:40:37재석 씨는요?

01:40:38미장원에

01:40:40웬일이니 네가?

01:40:41연락도 없이 집에 나오고

01:40:43시장하지?

01:40:44잠깐만 기다려 내가 얼른 막 찾을게

01:40:47놀이방사 친구 많이 사귀었어?

01:40:49내가 사귄다

01:40:51내가 사귄다

01:40:52내가 사귄다

01:40:54내가 사귄다

01:40:55사귀었어?

01:40:56내가 사귄다

01:40:58사이좋게 놀아야지

01:41:02두 마리밖에 없네?

01:41:04나도 머리 없어졌어

01:41:08그러니까 잘 돌봐줘야지

01:41:12그래

01:41:14밥은 제때 챙겨 먹니?

01:41:17그럼요

01:41:19아이 참

01:41:21그때 그 병실에 찾아왔던 그 아가씨하고는

01:41:23요즘 안 만나니?

01:41:25예

01:41:27결혼했어요

01:41:38연희에게선 몇 주째 연락이 없다

01:41:43그동안 연희는 격주로 자취방을 다녀갔었던 것 같다

01:41:48왜 굳이 격주로 다녀갔던 걸까?

01:41:53처음으로 이런 의문을 가져본다는 게 우습다

01:41:59하긴

01:42:00우리의 만남엔 빈구석들이 너무 많았다

01:42:04보통의 연인들이 겪게 되는 사소한 경험의 많은 부분들도

01:42:09우리는 나눠가지 못했다

01:42:12처음으로 나는 연희가 남기고 간 앨범을 보고 있다

01:42:17그동안 그녀는 틈틈이 사진을 찍고 앨범을 만들었지만

01:42:22난 별로 관심이 없었다

01:42:26아니 그저 위험스럽고 어리석은 일 정도로 생각했었다

01:42:31하지만

01:42:33그녀를 만나면

01:42:35그녀를 만나면

01:42:36아니 그저 위험스럽고 어리석은 일 정도로 생각했었다

01:42:43사진에서만큼은

01:42:45그녀도 나도 한없이 행복해 보인다

01:42:51하지만

01:42:52우리는 그 길을 가지 않았다

01:42:59이제 나는 어렴풋이 할 것 같다

01:43:02그녀가 왜 이런 앨범을 만들었는지

01:43:07그리고

01:43:09그녀가 내게 끝내 하지 못한 말이

01:43:13무엇이었는지를

01:43:37그녀를 만나면

01:43:39그녀를 만나면

01:43:41그녀를 만나면

01:43:43그녀를 만나면

01:43:45그녀를 만나면

01:43:47그녀를 만나면

01:43:49그녀를 만나면

01:43:51그녀를 만나면

01:43:53그녀를 만나면

01:43:55그녀를 만나면

01:43:57그녀를 만나면

01:43:59그녀를 만나면

01:44:01그녀를 만나면

01:44:03그녀를 만나면

01:44:05그녀를 만나면

01:44:07그걸로从의할 수 없다

01:44:08그녀는 그녀를 만나면

01:44:10그녀를 만나면

01:44:11그녀는 그녀를 시작한다

01:44:13그녀를 만나면

01:44:15그녀를 만나면

01:44:17그녀를 만나면

01:44:20그녀를 시작한다

01:44:21고맙다

01:44:23특히 그녀를 만나면

01:44:25그녀를 초대한다

01:44:27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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