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을 보다]중국서 바다 건너 14시간…제트스키 밀입국의 전말

  • 10개월 전


[앵커]
홀로 제트스키를 타고 중국에서 한국까지 넘어온 남성이 있습니다. 무려 14시간 동안 멈추지 않고 계속 달렸는데요. 남성의 정체도 궁금하지만 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는지, 박자은 기자와 사건을보다에서 짚어보겠습니다.

Q1. 박자은 기자, 보고도 믿기지가 않네요. 어떻게 가능했던 거예요?

네 제트스키 밀입국은 이례적인 일인데요. 

30대 남성이 몰고 온 제트스키가 포착된 건 지난 16일 밤 9시 20분쯤 인천항 근처입니다.

남성은 중국 산둥반도에서 인천까지 350km를 무려 14시간 동안 쉬지 않고 달린 건데요.

우리나라에 도착은 했지만 제트스키가 인천항 주변 갯벌에 좌초되면서 119에 구조요청을 했고, 이후 해경에 긴급체포됐습니다.

남성이 갯벌에 좌초하지 않았다면 인천항 출입국사무소로 곧장 가려 했던 걸로 알려졌는데요, 119에 구조요청을 할 때도 "한국 비자와 여권이 있다, 입국 신고를 하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남성은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돼 지난 20일 검찰에 송치됐습니다.

Q2. 350킬로미터를 제트스키를 타고 왔다는 거죠? 그러면 꽤 많은 준비를 했을 것 같아요?

사실 이 남성은 2019년쯤부터 이런 방식의 밀입국을 꼼꼼히 계획한 것으로 취재됐습니다.

안전하게 오기 위해 25리터의 기름통 5개를 밧줄로 매달고 출발했다고 하는데요, 계속 주유를 하면서 빈 통은 바다에 버렸다고 진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방수가 되는 노란색 가방 안에는 샌드위치 4개와 나침반, 망원경, 여권 등이 있었습니다. 

제일 중요한 조건이 날씨였는데 고려한 날짜 중 가장 맑은 날을 택했습니다.

혹시나 잘못될 경우를 대비해선 지인들에게 유언 비슷한 말도 남긴 걸로 알려졌습니다.

남성이 갯벌에 좌초됐을 때 구조 요청을 보낸 건 119 말고 한 명이 더 있었는데요.

평소 SNS를 통해 알고 지내던 한국 청년이었습니다.

이 청년에게는 몇 년 전부터 한국에 가게 되면 도와달라는 요청을 해왔습니다.

[이대선 / 국제연대활동가]
"그날 이제 한 10시경 전화를 받았는데, 좀 정신없기도 하고 좀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너무 당황한 상태여서 저한테 전화 왔을 땐 좀 긴 말은 못하고 그 전화가 바로 끊겼어요."

Q3. 밀입국, 엄연한 불법인데요, 이 중국인 남성은 무엇 때문에 이런 위험한 일을 감행한 건가요?

남성은 중국 연길에 거주했던 35살 취안핑 입니다.

취안핑은 지난 2016년 시진핑 국가주석을 풍자하는 티셔츠를 입은 사진을 SNS에 올려 체포된 적이 있고, 이후엔 1년 반 옥살이도 한 뒤, 출국금지 처분을 받았다고 알려졌습니다.

현재는 망명을 원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대선 / 국제연대활동가]
"출소 이후에도 '감시를 받고 정치적 탄압을 받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당사자가 제3국으로의 난민이나 망명도 고민하고 있는 단계기 때문에."

제3국은 미국이라고 이대선 씨는 설명했습니다.

Q4. 망명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은가요?

이대선 씨는 닷새 전 취안핑 씨를 면회하고 왔다고 밝혔는데요, 지금은 변호사를 선임해 난민 신청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OECD 국가 중 난민 인정 비율이 최하위권인 우리나라에서 망명 신청이 받아들여질지 관심이 쏠립니다. 

그에 앞서 진행 중인 수사도 마무리돼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사건을보다였습니다.

영상취재:장명석


박자은 기자 jadooly@ichanne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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