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 안되면 공탁"…형사공탁제도 '악용'

  • 10개월 전
"합의 안되면 공탁"…형사공탁제도 '악용'

[앵커]

지난해 12월 피해자 개인정보를 몰라도 피고인이 법원에 일정 금액을 맡길 수 있는 형사공탁 특례 제도가 시행됐습니다.

빠른 피해회복과 합의를 유도하기 위해서인데요.

일부에서는 가해자의 형량 감경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먼저 이화영 기자가 실제 사례를 취재했습니다.

[기자]

성범죄를 당하고 수개월에 걸친 힘든 법정 다툼을 해야 했던 피해자 A씨.

정당한 처벌이 이뤄지기만 기다리던 A씨는 갑작스럽게 피고인이 법원에 돈을 맡겼단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선고까지 일주일도 안 남은 기간, 기습 공탁이었습니다.

"피고인이 자신의 양형 자료로서 유리하도록 공탁을 어떻게 보면 좀 활용한 사례가 아닌가…."

살인, 성범죄 등 양형기준을 보면 공탁을 포함한 피해 회복은 감경요소가 됩니다.

지난해 12월 시행된 형사공탁 특례 제도는 공탁을 위해 피해자를 뒷조사하는 등 문제가 벌어지자 인적사항을 몰라도 일정 금액을 법원에 맡길 수 있게 했습니다.

그런데 제도 시행 이후 진지한 반성이나 사과 없이 일방적인 공탁이 이뤄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심지어 피고인 측이 합의를 강요하며 일종의 무기로 쓰기도 합니다.

"저희 그냥 공탁하면 되는 거 아시죠? 라고 이야기를 해서…근데 (피해자에게) 이건 우리 의사랑 상관없이 공탁이 될 수 있다라고 했더니 굉장히 놀라시면서…."

공탁홈페이지를 통해 확인은 가능하지만 기습공탁에 대비하고 있는 피해자들은 많지 않습니다.

법원과 검찰의 고지가 있더라도 공탁금을 수령하지 않겠단 의견서를 내기까지 상황은 급박합니다.

"'공탁을 수령할 생각이 없고 이걸 양형에 반영하지 말아 달라'라는 별도의 의견을 제출해야만 한다는 걸 모르고 계셔서…."

범행에 대한 반성과 합의를 통해 풀어가는 과정을 생략한 채 이뤄지는 기습공탁에 피해자들의 당혹감은 커져 가고 있습니다.

연합뉴스TV 이화영입니다. (hw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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