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일 오후 6시대부터 112 신고…녹취록 ‘압사’ 언급만 13번

  • 2년 전


[앵커]
사회1부 최주현 기자와 112 신고 내용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Q. 최 기자, 사고 당일 일찍부터 112, 119 신고가 있었던 거예요. 심지어 6시대부터 우려가 나왔어요.

A. 첫 신고부터 '압사'라는 단어가 나옵니다.

오늘 경찰이 공개한 112 신고 접수 녹취록에 압사라는 단어가 모두 13 차례 나옵니다.

신고자의 입에서 나온 게 9번, 경찰이 반복해서 따라한 것은 4번 입니다.

최초 119 신고보다 3시간 41분 앞섰던, 첫 112 신고 당시 상황을 들여다보죠.

사상자가 쏟아진 해밀톤 호텔의 좁은 골목은 물론, 위에서 내려가는 인파와 아래에서 올라오는 인파로 압사 당할 것 같다는 상세한 설명이 있었습니다.

경찰관도 압사라는 단어를 반복하면서 상황 인지를 하는데요.

"아무도 통제를 안하는데 경찰이 나서달라"고 재차 부탁합니다.

Q. 첫 112 신고 이후에는 어떤 신고들이 이어졌습니까.

A. 약 4시간 동안 접수됐던 112 신고 내용이 유사하거든요.

"서로 밀치면서 다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그야말로 대형 사고 일보 직전이다".

결국 소방에 첫 신고가 접수되기 직전, 말그대로, 압사의 위기가 현실이 되는 순간까지 신고는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이런 신고 내용들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 있습니다.

참사 다음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했던 말과 굉장히 대조되기 때문인데요.

이 장관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긴급회의에서 "특별히 우려할 정도의 인파도,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했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도, 아니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Q. 신고 내용이 생각보다 굉장히 구체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A. 아시다시피, 사고 당일 이태원 일대에 13만 명 이상이 몰렸죠.

이날 현장을 관리하는 서울 용산경찰서 이태원 파출소 직원들이 처리한 신고 건수가 모두 122건이라고 경찰이 밝혔습니다.

그런데 오늘 경찰이 공개한 신고 녹취록이 이중 11개 거든요.

녹취록을 모두 분석해봤는데, 신고자들의 요구는 분명하고도 구체적이었습니다.

"사람들을 빼낸 뒤에 안으로 들어오게 해달라"며 유동인구 통행 조절을 요구하기도 하고요.

현장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직접 촬영한 영상을 112 문자 신고를 통해 전달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합니다.

'원 웨이, 그러니까 일방통행할 수 있게 통제를 부탁드린다'는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하기도 합니다.

이 신고자의 요구, 다중 밀집 장소에서 압사 사고를 막기 위해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특히 신고 중간중간에 잡음이 들어간 부분도 있었는데요.

당시 수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통신 장애가 수차례 발생할 때도 신고가 이어졌던 것으로 보입니다.

Q. 그럼 오늘 공개된 녹취록의 신고들에 대해 경찰이 출동하기는 했습니까?

A. 모두 현장에 출동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어디까지나 오늘 경찰이 공개한 112신고 녹취록 11건을 기준으로 말씀드리면요.

4건만 현장 출동했습니다.

시민을 통제하거나 인도로 안내하는 조치를 했다고 기록됐다는 게 경찰 설명입니다.

나머지는 전화로 안내하는데 그치거나 아직 어떻게 처리됐는지 확실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Q. 오늘 경찰청장의 말을 보면, 이런 배경으로 결국 용산경찰서의 대응에 대한 고강도 감찰과 수사를 예고한 것 같아요.

어제 저희 보도 보면, 심지어 119에 첫 신고가 접수된지 세 시간 뒤에야 용산경찰서가 전 직원 비상소집명령을 전달했다는 거잖아요?

A. 크게 두 부분에 대한 감찰과 수사가 병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112 신고가 접수되고 현장 처리되는 과정입니다.

서울 용산 이태원에서 사건사고가 발생해서 112 신고를 하면 서울경찰청으로 접수됩니다.

서울청은 일반 경찰서, 그러니까 용산경찰서로 지령을 내리고요.

용산서 산하에서 이태원을 관할하는 이태원파출소에서 출동하는 체계입니다.

이 과정 전체를 뜯어 볼 것으로 보입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용산경찰서 지휘관과 근무자들의 조치가 적절했는지도 빠짐없이 조사하겠다고 밝혔는데요.

비상소집명령을 적시에 내렸는지, 이 명령이 제대로 이행됐는지도 감찰과 수사의 대상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시민들이 112 신고를 통해 현장 상황의 위험성을 적극적으로 알렸던 기록이 발견된 만큼, 경찰은 물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이번 사건에서 무엇을 간과했었는지, 앞으로 뭘 개선해야 하는지 분명하게 따져봐야겠습니다.

Q. 네, 지금까지 사회1부 최주현 기자였습니다.


최주현 기자 choigo@ichanne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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