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가다]물가 올라도…금리 못 올리는 日 속사정

  • 2년 전


[앵커]
미국이 물가 잡는다며 금리를 대폭 올리는 ‘빅 스텝’을 밟으면 전 세계도 어쩔 수 없이 따라가는 형국입니다.

다만 일본만은 다르죠.

아무리 물가가 오르고 환율이 치솟아도 금리를 못 올리고 있습니다.

경제 성장이 멈추고 제로 금리로 막대한 엔화를 풀면서 경기 부양을 해왔지만 이제는, 그 부작용을 맞고 있는 겁니다.

탈출구는 보이지 않고, 국민들은 경제난에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현지에서 김민지 특파원이 전해왔습니다.

[기자]
평범한 마트 같은 곳에 아주 저렴한 물건들이 매대에 놓였습니다.

[쿠도 / 일본 시민]
"(이거 얼마예요?) 한 병에 185원(19엔)입니다. 유통기한이 지나서 싼 건데, 문제없다고 생각해요."

싼 가격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유통기한을 넉 달 넘긴 유기농 오일이 절반도 안 되는 가격에 팔립니다.

[마쓰이 / 마트 대표]
"다들 식비를 줄여야겠다고 생각하다보니 (유통기한 지나) 꺼리던 손님들도 시기가 시기인 만큼 찾아주고 계십니다."

일본에선 올 초부터 이달까지 2만 여 개에 가까운 식료품 가격이 오릅니다.

이러다보니 일본 국민 1명당 연간 68만 원 정도 가계 부담이 더 커질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문도 열기 전부터 긴 줄이 이어진 곳은 반값 창고입니다.

[카와시마 / 일본 시민]
"정말 싸게 샀기 때문에 대만족하고 돌아갑니다."

온라인으로 팔렸다가 반품된 제품들입니다.

[타지마 / 일본 시민]
"전부 물가가 올라서 가계 꾸리기가 힘듭니다. (식비, 공과금도) 다 올랐는데 월급은 오르지 않네요."

킹달러 영향으로 치솟는 수입물가의 압박을 피하고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 각국은 경쟁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리고 있지만 일본은 5년 동안 요지부동입니다.

그 사이 엔화 약세는 32년 만에 최저 수준에 달해 1달러당 150엔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우에노 / 닛세이 기초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 
"일본 금리가 거의 0%대니, 금리 높은 달러를 갖는 게 이득이죠. (미국 금리 인하 시점을) 아직 알 수 없어 연내 1달러에, 150엔도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환율 방어를 위해 일본은행이 24년 만에 28조 원 규모로 엔화를 사들였지만

[구로다 / 일본은행 총재(지난 13일)]
"미국과 비교해도 (경기) 회복 속도가 늦습니다. 당연히 경제 회복 지원 정책이 필요합니다."

엔화 가치는 계속 추락 중입니다.

금리 인상 카드를 못 꺼내는 것은 아베 정권이 주도해서 시중에 엔화를 풀기 위해 사들인 1000조엔 넘는 국채의 이자 부담과 약해진 경제 체질 때문입니다.

[우에노 / 닛세이 기초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
"일본은 경제 성장력이 약해서 임금이 오르지 않았기 때문에 (금리가) 오르면 경기가 크게 악화할 수 있습니다. 세계 매출 경쟁에서 일본은 애초에 참가할 수 없던 것이죠."

한때 달러와 함께 기축통화 지위를 다퉜던 엔화. 

일본 당국이 금융 완화정책만 반복하는 사이 한국과 일본 GDP 격차는 IMF 통계 작성 이래 최저 수준인 770달러로 좁혀졌습니다.

도쿄에서 채널A 뉴스 김민지입니다.

영상취재: 박용준
영상편집: 장세례


김민지 기자 mettymom@ichanne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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