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마이크] 70년 간 영국을 지켜온 엘리자베스 2세 여왕

  • 2년 전
[온마이크] 70년 간 영국을 지켜온 엘리자베스 2세 여왕

1. 70년간 왕좌에…역대 2번째 재위 기간

1926년 요크 공작 앨버트 왕자의 첫째 딸로 태어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태어났을 때는 왕위 계승 3위로 관심을 받긴 했지만, 당시 그녀가 왕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10년 뒤 1936년 에드워드 8세가 미국 여성 심프슨과 결혼하겠다며 동생인 앨버트 왕자에게 왕위를 물려주면서 상황은 바꿨습니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왕실 일원 처음으로 군생활을 한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1945년 2차 세계대전 당시 17살의 나이에 육군에 입대해 운전병으로 복무했는데, 직접 트럭을 몰고, 탄약을 관리하는 것은 물론 흙 바닥에 앉아 타이어를 바꾸고, 보닛을 열어 엔진도 수리했다고 알려져 있죠.

그로부터 7년 뒤인 1952년 2월 해외 여행 중 아버지가 타계했다는 소식을 듣고 급거 귀국해 25살의 나이 영국 여왕으로 즉위해 70년간 영국을 이끌었습니다.

2. 덴마크 왕자와 첫사랑, 그리고 마지막 사랑

지난해 4월 숨을 거둔 여왕의 부군, 필립 마운트배튼 경과의 러브스토리도 잊지 못할 이야기입니다.

13살의 나이에, 5살 연상으로 당시 다트머스 해군대학 사관후보생이었던 8촌 오빠 필립 공과 사랑에 빠진 겁니다.

필립공은 1947년 당시 공주였던 엘리자베스와 혼인을 올린 이래 무려 74년의 세월을 함께했는데요.

자상하고 넉넉하게 필립공의 내조 덕에 여왕의 국정 운영이 빛을 바랬다는 평가죠.

하지만 엘리자베스가 왕위에 오른 뒤 하루아침에 왕과 신하의 관계로 바뀌면서 힘들어했다고 합니다.

1997년 결혼 50주년 금혼식에서 필립공은 "내가 할 일은 첫째도, 둘째도, 마지막도 결코 여왕을 실망시키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는데, 그럼 여왕은 남편에게 어떤 말을 남겼을까요.

"영국은 필립 공에게 큰 빚을 졌다"

남편이자 평생을 함께한 동지에 대한 최상의 예우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3. 1992년 최악의 해…삼남매 이혼에 윈저궁 화재

1981년 찰스 왕세자가 다이애나 비와 결혼하면서 영국 왕실의 인기는 어느 때보다 높아졌습니다.

다이애나는 왕세자비 시절 서민적이고 친근한 이미지로 영국인들의 사랑을 받았는데요.

하지만 10년 뒤인 1992년, 영국 왕실은 최악의 해로 맞습니다.

찰스 왕자의 불륜설에 이어 앤 공주와 앤드루 왕자가 모두 이혼한데다 왕실이 거하는 윈저궁 마저 화재가 발생한 겁니다.

여왕은 1992년을 '끔찍한 해'라고 표현했는데요.

1997년에는 다이애나 비가 숨졌을 때 가족 추모행사만 열고 버킹엄궁에 조기를 달지 않았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기도 했죠.

심지어 여왕이 가장 아끼는 아들로 알려진 앤드류 왕자는 미성년자 성폭행 추문으로 법정소송에 시달렸고,

찰스 왕세자의 둘째아들 해리 왕손은 부인 메건 마클이 인종차별을 받았다는 인터뷰를 하면서 파문이 일기도 했습니다.

4. 처질에는 존경심…대처와는 신경전?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함께했던 영국 총리와의 일화도 회자되고 있습니다.

즉위 초에는 당시 수상이던 처칠과 국정과 시사에 관한 심도있는 대화를 나누는 데 어려움을 드러냈다고 하죠.

나이차이가 컸기 때문일텐데, 하지만 여왕은 전시수상이자 원로 정치인인 처칠에 대한 깊은 존경심을 드러내며 낮은 자세로 다가간 덕분에 두 사람의 관계는 비교적 원만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철의 여인' 마가릿 대처와는 어땠을까요.

두 사람의 성격은 너무도 달랐다는 평가인데요.

여왕은 총리와의 비공개 주례 회동에서 대처가 항상 15분 전에 일찍 도착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정시회담을 고수하는 등 신경전도 있었다고 하죠.

대처는 여왕과의 면담 전에는 항상 드레스 코드를 확인하며 의상이 겹치지 않게 하기 위해 신경썼다고 하는데, 출신의 차이 때문이었을까요.

엘리자베스 여왕은 어려운 현안에 대해 총리가 고민을 털어놓으면 정치적으로 후원하며 도움을 주기도 했다고 하네요.

5. 존경받는 인물 그리고 왕실 폐지

지난 2월 재위 70주년을 맞아 영국 국민과 영 연방 시민들에게 편지를 보낸 엘리자베스 2세.

변함없이 보여준 충성과 애정에 겸허한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며 다양한 국적과 신앙, 연령대의 사람들이 보내준 선의에도 감사한다고 말했습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생전 영국 왕실의 사랑을 받았던 인물이지만 왕실 존폐 문제도 불거졌는데요.

지난해 5월 영국인 4,8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입헌군주제 선호도 조사에서 세대가 젊어질수록 왕실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심지어 군주제 폐지 운동 단체 리퍼블릭은 "여왕이 승하하고 나면 영국 왕실은 껍데기만 남을 것"이라며 "우리도 국가원수를 선택할 수 있음을 인정하자"고 주장하기도 했죠.

다른 영연방 국가에서도 회의론이 일고 있는데요.

지난해 11월 카리브해의 섬나라 바베이도스가 영연방에서 탈퇴, 공화국으로 전환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찰스 왕세자가 왕위를 계승하면서 그가 모친인 엘리자베스 2세를 뒤이어 영국인의 신뢰와 존경을 유지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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