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카메라]얌체 폐선 방치…바다 망치는 ‘배들의 무덤’

  • 2년 전


[앵커]
수명이 다한 차량은 폐차장으로 가는데 수명이 다한 선박은 어디로 갈까요.

적지 않은 배가 폐선 비용을 아끼려는 비양심 선주들 때문에 포구에 쓰레기처럼 방치돼 있습니다. 

현장카메라 정다은 기자입니다.

[기자]
이곳은 전북 군산시 하제포구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노후 선박이 방치돼 있어서 '배들의 무덤'으로 불리는 곳인데요.

전국 곳곳에 폐선할 처지의 낡은 배들을 방치해 둔 곳이 적지 않습니다.

어떤 사정이 있는건지 현장으로 가서 확인해보겠습니다.

부서진 배들이 풀밭 위에 올라와 있습니다.

오래됐는지 거미줄이 쳐져 있고, 곳곳이 녹슬어 있습니다.

외부 도장이 벗겨진 채 물에 잠겨있는 배도 있습니다.

12년 전 새만금방조제가 완성돼 포구가 항구 기능을 잃자 그대로 어선들이 방치된 겁니다.

[현장음]
"팔아먹지도 못하고 그래서 놔두고 있는 거예요. 여기 배들 거의 다 그래요."

방치된 낡은 배들은 해양 오염원이 됩니다.

지난 11일 전남 무안군 앞바다에선 방치돼 있던 1200톤급 준설선에서 기름이 유출됐습니다.

어민들은 이 배가 3년간 운행하는 걸 못 봤다고 말합니다.

[A 씨 / 어민]
"선주분이 전화를 안 받고 회피하고. 아무 데나 방치해놓고 도망가버리고 이러니까 그 지역에 있는 어촌계가 피해를 입는 거예요."

낙동강 하구에 있는 이 무인도에도 배가 버려졌습니다.

[배제선 / 녹색연합 해양생태팀]
"폐선박이 3척이나 발견이 된 거죠. 바닷물에 마모되고 훼손되면서 온갖 오염물질이 분해돼서 새로운 쓰레기가 되더라고요."

선주를 찾으려 해도 선박 식별 고유번호가 부식돼 안보이거나 훼손된 경우가 많아 쉽지 않습니다.

방치 선박 상당수는 운항이 어려운 노후 선박이어서 폐선해야 하지만 비용 부담 때문에 선주가 버리는 겁니다.

[선박 해체업체 관계자]
"500톤짜리 같으면 (해체비용이) 6천만 원. 배에 따라 다 달라요.조선소 임대료, 굴착기 임대료, 인건비, 폐기물 처리비 하면 그 정도 돈이 들어간다고요."

항구에도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사실상 폐선들로 가득 차 정작 조업을 하는 어민들은 배를 댈 공간이 없다고 하소연합니다.

[B 씨 / 선장]
"(배는) 따로 주차비가 없어요. 그러다 보니까 배를 빼라 말도 못 하는 거고, 연락처도 없고. 항은 이렇게 큰데 정작 배를 댈 수 있는 곳은 많이 없다 이거죠."

[지자체 관계자]
"소유자가 있기 때문에 마음대로 처리할 수는 없고. 안 가져간다고 하면 독촉도 하고 고시도 하고."

지난해 기준 35년 이상 된 노후 선박은 전국적으로 1644척.

적지 않은 배가 운행도 폐선도 아닌 상태로 방치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진송한 / 중소조선연구원 친환경선박연구센터장]
"폐선처리를 계속적으로 정부에서 돈을 들여서 하고 있거든요. 폐차장 지원을 하듯이 폐어선 업체 지원책도 좀 나와야 하고."
 
노후 선박 실태 파악과 폐선 절차에 대한 점검이 시급합니다.

현장카메라 정다은입니다.

PD : 김남준 장동하


정다은 기자 de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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