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폴트' 스리랑카 현장 가 보니…폭발한 민심 "생필품 살 돈도 없어"

  • 2년 전
'디폴트' 스리랑카 현장 가 보니…폭발한 민심 "생필품 살 돈도 없어"

[앵커]

인도양의 섬나라 스리랑카가 최악의 경제난을 견디지 못한 끝에 아예 빚도 갚지 못하는 상황에 몰리면서 연일 반정부 시위가 열리고 있습니다.

시민들은 당장 생필품을 살 돈도 없다면서 정권 퇴진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김영현 특파원이 스리랑카 콜롬보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봤습니다.

[기자]

경제난과 외화 부족 속에 국가채무를 갚지 못해 일시적 디폴트를 선언한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의 대통령 집무실 인근 모습입니다.

스리랑카는 요즘 신년 연휴 기간이라 예년 같으면 가족과 함께 오붓한 시간을 보낼 때입니다.

하지만 수천 명이 넘는 인파가 거리로 나와 이곳 시내 중심가로 몰린 겁니다.

이들은 최근 집권 세력의 무능 때문에 경제난이 발생했다며 대통령과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라자팍사 대통령은 그의 재산을 공개해야 합니다. 대통령은 물론 수년 동안 라자팍사 가문이 해먹은 돈을 시민에게 돌려줘야 합니다."

스리랑카 경제는 2019년 '부활절 연쇄 폭탄 테러'에 이어 코로나19 확산, 올해 우크라이나 전쟁이 이어지면서 그야말로 파탄이 났습니다.

게다가 중국이 주도하는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부채의 수렁에 빠졌고, 외국인 관광객 급감으로 핵심 외화 수입도 뚝 끊기다시피 했습니다.

외화가 동나면서 석유와 같은 여러 생필품 수입이 사실상 막혔습니다.

이 때문에 의약품이 없어 시급하지 않은 수술은 연기됐고 종이가 없어 학교 시험까지 미뤄질 정도입니다.

주유소에는 기름을 사려는 차로 긴 줄이 만들어졌습니다. 최근에는 하루 13시간 강제 단전이 이뤄지기도 했습니다.

"연료도 없고 우유도 없습니다. 마실 차도, 설탕도 가스도 없어요. 대통령과 정부를 원망하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보유 외화가 바닥을 드러내자 스리랑카 정부는 대외채무를 갚지 못해 최근 '일시적 디폴트'를 선언했습니다.

정부는 현재 인도와 중국, IMF 등의 지원을 통해 위기 타개를 시도하고 있지만, 경제가 워낙 안 좋아 그 과정은 험난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콜롬보에서 연합뉴스 김영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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