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풍향계] 앞다퉈 "국민통합"…선거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 2년 전
[대선풍향계] 앞다퉈 "국민통합"…선거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앵커]

제20대 대선전 막판, 여야 후보가 '국민통합' 구상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역대 대통령들이 임기 초 밝혔던 공존과 협치의 약속, 끝까지 이행된 경우는 많지 않았습니다.

이번주 대선풍향계에선 주요 후보의 '통합' 공약과 그 실현 전망을 방현덕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기자]

분열과 갈등의 정치에 마침표를 찍겠다는 '엄숙한 선언'을 할 다음 대통령.

이제 사흘 후면 누구일지 가려집니다.

"오늘부터 저는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 한 분 한 분도 저의 국민이고, 우리의 국민으로 섬기겠습니다."

역대 대통령, 취임과 함께 늘 국민통합을 외쳤습니다.

야당을 국정 동반자로 삼겠다고 약속했고, 정파에 상관 없이 인재를 등용하겠다고 했습니다.

국민을 편가르지 않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이 엄중한 약속을 지킨 대통령, 얼마나 될까요?

그간 몇몇 정권에서 임기 초반에 상대 세력을 기용하는 탕평 인사를 시도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결국 내 편, 믿을 수 있는 사람만 쓰는 코드 인사로 귀결됐습니다.

야심차게 준비한 여야정 대화는 대부분 눈에 띄는 결실을 보지 못했고, 집권세력이 먼저 지역 감정을 부추기거나 지지층 입장만을 대변하기도 했습니다.

전임자와 상대 진영을 향한 정치 보복의 사슬도 끊지 못했습니다.

궁궐처럼 폐쇄된 청와대에서 '비선실세'가 탄생했고, 국민, 언론과의 소통도 갈수록 축소됐습니다.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국민 여론, '쩍' 갈라질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양강 후보의 박빙 승부에선 상대를 무너뜨려야 하는 적으로 대하는 이분법적 사고가 짙어집니다.

하지만 이런 대결구도, 단순히 이번 대선 문제가 아닙니다.

지난 5년간 우리 사회 곳곳에서 분열과 갈등이 더 심해졌다는 평가, 적지 않습니다.

지난 20대 국회를 상징하는 장면입니다.

선거법 개정과 공수처 설치를 두고 대치하던 정치권이 서로 몸을 날려 육탄전까지 벌이며, 최악의 동물국회란 오명을 썼습니다.

"문희상, 역적! 문희상, 역적!"

"선거법 날치기 하시면 안되잖아요, 이러시면 안되잖아요."

"공직선거법 일부 개정법률에 대한 수정안은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21대 국회에서도 타협과 협치는 사실상 실종된 상태입니다.

법안 일방처리와 발목잡기, 이젠 일상이 됐습니다.

물론 정치인은 싸우는 게 당연할 수도 있죠.

하지만 여의도 밖도 마찬가집니다.

이른바 조국 사태 때 벌어진 광화문과 서초동의 시위 장면입니다.

나라가 둘로 쩍 갈라졌습니다.

정치인들, 수습보다는 방관하거나 오히려 진영 정치에 이용했습니다.

집권 세력도 의도했든 의도치 않든 국민 갈등을 조장했단 지적, 피할 수 없습니다.

청년 문제를 놓고는 남자와 여자, 부동산 문제를 놓고는 집주인과 세입자…사회 문제에 대해 편 가르며 내놓은 해법, 적지 않습니다.

"국정은 실패가 말도 못해서 많은 사람이 실망하고 많은 비판을 받았는데도 불구하고 당선될 때 지지도를 유지한다, 저는 원인이 문 대통령이 계속 갈라치기를 했다는 거예요. 말로는 통합을 부르짖으면서 실제 행동은 전부 갈라치기를 했어요."

이번 대선으로 돌아와보겠습니다.

유력 주자인 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선거 막판 들어 부쩍 국민통합 의지를 앞다퉈 밝히고 있습니다.

분열과 갈등의 정치를 끝낼 주자가 자신이란 겁니다.

이재명 후보, 정치교체와 통합정부론을 주장합니다.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고, 다당제를 보장해 제3정당도 끌어 안겠다는 게 골자입니다.

여러 정치세력이 국정에 참여하도록 해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모두 담아내겠단 겁니다.

통합에 방해가 되면 '이재명 정부'라는 말도 쓰지 않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내 편이면 어떻고, 네 편이면 어떻습니까. 전라도 출신이면 어떻고 경상도 출신이면 어떻습니까. 왼쪽이면 어떻고 오른쪽이면 어떻습니까. 박정희면 어떻고 김대중이면 어떻습니까! 국민에게 도움되는 것이라면 뭐든지 하겠습니다, 여러분"

윤석열 후보도 비슷합니다.

안철수 후보와 단일화하며 국민 통합 정부 구상을 제시하며 고질적인 승자독식 정치 관행을 뛰어넘겠다고 밝혔습니다.

취임 첫날 청와대를 해체하겠다고 밝히는 등 스스로 권력도 놓겠다고 예고했습니다.

유세현장에선 합리적인 민주당 내 세력과 협치 의사도 거듭 밝혔습니다.

"김대중의 민주당, 노무현의 민주당에 합리적으로 국정을 이끌었던 양식 있는 정치인들과 협치해서 우리 국민의힘의 부족하고 미흡한 점을 보충하고 다양한 국민들 의견을 함께 수렴해서 국민 통합의 정치, 번영의 경제를 이끌어 낼 것"

다만, 두 후보 모두 협치의 대상으로 상대방을 지목하진 않습니다.

오히려 서로를 부패 의혹의 '몸통'이라 지목하며 수사를 촉구하는, 진흙탕 네거티브 공방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두 후보가 내놓는 통합 구상이, 후보 단일화나 표밭 확장을 위한 선거공학적 구호에 그치는 건 아닐지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아무리 좋은 공약이라도 결국 실천이 중요합니다.

사흘 후 선출돼 이 문으로 들어갈 제20대 대통령,

누가됐든 국민통합 약속을 제대로 지켜야 5년 후 박수를 받으며 떠날 수 있을 겁니다.

대선풍향계는 여기까지입니다.

다음주부터는 '여의도풍향계'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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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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