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보다]조용한 내조는 사절…외조하는 영부인들

  • 3년 전


이렇게까지 후보 배우자들이 관심 받은 대선이 있었을까요.

오늘 는 각국 정상들과 행보를 나란히 하는 여성 네 명을 조명합니다.

문화 따라 개인 캐릭터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국격’과 ‘표심’에 영향력을 갖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서채리 기자입니다.

[리포트]
환한 얼굴로 식당을 나서는 두 여성.

미국의 영부인 질 바이든과 프랑스 브리짓 마크롱 여사입니다.

각각 70세와 68세로 비슷한 나이입니다.

[질 바이든]
"(만남은 어땠나요?) 너무 멋졌어요. (앉아서 이야기한 기분은요?) 두 친구가 함께라서 좋았죠. 자매 같았어요."

[브리짓 마크롱]
"당연하죠."

미국과 호주, 영국의 안보 동맹에서 소외된 프랑스를 위로하고,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해 두 여사가 팔을 걷어붙였다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이들은 남편이 정상의 자리에 오르기 전부터 각자의 개성대로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해왔습니다.

영어 교사 출신인 질 바이든은 지금은 휴직 중이지만 '일하는 영부인' 입니다.

[질 바이든 / 미국 영부인]
"저는 항상 이 교실에서 나는 소리를 사랑했어요. 아이들이 교실로 들어오기 직전 무한한 가능성으로 빛나는 그 고요함 말이죠."

유세 현장에선 수십 년 정치 경력의 남편 못지않은 전사로 변신합니다.

[질 바이든 / 미국 영부인]
"도널드 트럼프에게 해고됐다고 말할 준비 됐나요?"

브리짓 마크롱은 남편보다 24살 연상으로 고교 시절 스승이었습니다.

정치인의 사생활에 비교적 관대한 프랑스인들도 수군댔지만 브리짓 여사는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브리짓 마크롱 / 프랑스 영부인]
"힘내요! 우린 여러분을 사랑합니다. 제가 이 자리에 서 있는 것은 여러분과 함께 있기 때문입니다!"

브리짓 여사는 코로나 정책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지난 4월 코로나 팬데믹으로 학교가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하자 "우리 아이들이 더는 가족들과 닫힌 문 뒤에 있지 않도록 해야 한다 "며 남편을 설득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그도 최근 르몽드와의 인터뷰에서 "프랑스인들은 더 젊은 퍼스트레이디를 좋아한다"면서 "도를 넘는 사람들의 공격성에 상처받았다"고 솔직히 고백했습니다.

영국의 퍼스트레이디 캐리 존슨 여사 세 번 결혼한 남편 존슨 총리보다 23살 젊은데, 2012년 런던시장 재선 캠프에서부터 함께 해온 정치 홍보, 환경 전문가입니다.

[캐리 존슨 / 영국 총리 부인]
"저는 슈퍼마켓에 캔버스백을 들고 가고, 플라스틱 대신 재활용 가능한 병을 들고 다녀요. 오늘 밤엔 지속가능한 드레스를 입었죠."

일본 기시다 총리의 부인 기시다 유코 여사는 세 아들과 등장해 가족애를 강조합니다.

그러면서도 남편의 지역구를 챙기고, 나홀로 유세를 다니는 적극적인 내조로 유명합니다.

[기시다 유코 / 일본 총리 부인]
"기시다 후미오의 부인입니다. 오늘 이렇게 많이 모여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전문가들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대통령 배우자의 역할과 위상도 많이 달라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조진만 /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대통령이 (다른) 목소리나 사회 분위기를 잘 모를 때 그런 부분들을 지적해 주는 역할…여론을 수렴할 수 있는 창구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집에선 배우자로, 선거에선 정치적 동반자로, 때론 반대 목소리도 내줄 수 있는 가족.

우리나라도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배우자의 역할과 활동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습니다.

세계를 보다, 서채리입니다.

영상취재:이호영
영상편집:강 민


서채리 기자 seochae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