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앞에 무릎 꿇은 5·18 계엄군…첫 사과

  • 3년 전
유족 앞에 무릎 꿇은 5·18 계엄군…첫 사과
[뉴스리뷰]

[앵커]

5·18 민주화운동 진압 작전에 참여했던 공수부대원이 자신의 사격으로 숨진 희생자의 유족을 만나 사죄했습니다.

본인의 잘못을 인정하며 직접 사과한 것은 처음입니다.

곽준영 기자입니다.

[기자]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고 박병현씨를 총으로 쏴 숨지게 한 공수부대원 A씨.

유족을 만나자마자 속죄의 큰절을 올리며 흐느낍니다.

"죄송합니다. 솔직하게 말씀 못 드려 죄송합니다."

씻을 수 없는 아픔을 줘 40여 년 간 죄책감에 시달렸다는 A씨는 이제라도 용서를 구할 수 있어 다행이라며 울먹였습니다.

"죄송합니다. 어떻게 말씀을 드리기가 그때 당시에 그랬지만 오늘 이 자리에서 마음의 상처를 드린 것 같아 죄송합니다."

유족 측은 뜻을 받아들였습니다.

"선생님의 그 용기에 고맙고 한편으로는 우리 동생도 이제 좀 편한 곳에 보내줄 수 있지 않을까. 이런 마음으로 용서를 하고…"

고인의 친형은 A씨를 위로하듯 포옹한 뒤 한참을 부둥켜안고 오열했습니다.

사과와 화해에 이어 희생자에 대한 참배도 이뤄졌습니다.

이번 만남은 5·18 민주화운동조사위가 주선했습니다.

가해자가 특정인을 숨지게 했다고 고백하며 유족에게 사과 의사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A씨는 1980년 5월 23일, 농사일을 돕고자 고향 보성으로 향하던 당시 25살 고 박병현씨를 총으로 쏴 숨지게 했습니다.

"입 다물고 가슴 닫고 있는 그때 당시의 투입 계엄군들에게 본보기가 될 수 있도록 설득도 같이하시고. 갇혀 있지 마십쇼."

조사위 측은 계엄군과 희생자 유족 간 만남을 적극적으로 주선해 과거사 치유에 기여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연합뉴스TV 곽준영입니다. (kwak_k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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