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쌍둥이 자매, 무기한 출장정지…국가대표 자격도 박탈

  • 3년 전
[뉴스워치] 쌍둥이 자매, 무기한 출장정지…국가대표 자격도 박탈


[앵커]

프로배구 선수들의 학창 시절 폭력이 연이어 폭로되면서 코트가 차갑게 얼어붙고 있습니다. 가해자로 지목된 선수들이 중징계를 받았지만, 여전히 논란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스포츠문화부 박지은 기자와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대한민국배구협회가 오늘 학교 폭력 사실이 드러난 여자배구 쌍둥이 자매 이재영 이다영에 대해 중징계를 내렸네요?

[기자]

이재영 이다영을 국가대표 선발 대상에서 무기한 제외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즉 이재영 이다영은 협회가 징계 해제 전까지는 국가대표로 활약할 수 없습니다. 이재영 이다영은 라바리니 감독이 이끄는 여자배구 대표팀의 주축멤버입니다. 이재영이 주전 레프트, 이다영이 주전 세터로 활약 중입니다. 두 선수는 지난해 1월에 열린 도쿄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에서도 맹활약하며 여자배구의 3회 연손 올림픽 본선 진출을 주도했습니다. 하지만 과거 학창 시절의 폭력 사실이 드러나면서 오랜 꿈이라고 밝혀 온 올림픽 출전도 무산됐습니다.

[앵커]

이재영, 이다영 쌍둥이 자매에 대한 폭로를 시작으로 배구계 학교폭력 논란이 뜨겁습니다. 간략히 어떤 내용인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기자]

이재영 이다영 자매의 학창 시절 폭력 관련한 글이 인터넷에 올라온 것은 지난 9일이었습니다. 피해자의 주장에 따르면 중학교 시절 두 선수와 함께 배구를 했고 룸메이트이기도 했는데 당시 이들에게 정서적 신체적 폭행을 당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칼로 위협을 당하기도 했다는 내용도 있어 충격을 주었습니다. 결국 이 글이 올라온 지 하루 만에 이재영 이다영은 학교폭력의 가해자임을 인정하고 자필로 사과문을 올리면서 학교 폭력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습니다.

[앵커]

그런데 이들 뿐만이 아니었죠? 남자배구에서도 추가 폭로가 있었죠?

[기자]

쌍둥이 자매의 학교폭력 관련 보도가 이어지면서 또 다른 폭로가 나왔습니다. 남자배구 OK금융그룹의 송명근과 심경섭이 가해자로 지목이 됐는데요. 피해자가 서술한 내용은 충격적이었습니다. 피해자는 고교 시절 송명근, 심경섭과 같이 배구를 했는데, 당시 선배였던 송명근에게 맞아서 급소 봉합수술을 받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당시 수술했던 병원의 수술기록지도 첨부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글은 13일에 올라왔는데, 당사자들이 이날 저녁 구단을 통해 공식 사과하며 폭행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앵커]

배구계 학교폭력 관련한 폭로가 계속 이어지고 있죠?

[기자]

끝이 아닙니다. 어제도 '여자배구 학폭 피해자'라는 이의 폭로 글이 인터넷에 올라왔습니다. 중학교 시절 선배들의 폭행에 숙소에 가면 매일매일 죽고 싶어 김에 들어있는 방부제를 먹기도 했다는, 글이었습니다. 가해자를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글쓴이 역시 본인의 과거 아마추어 선수 경력 인증 이미지를 첨부했습니다. 앞으로도 이와 같은 폭로는 계속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위계질서가 엄격하고 성적을 우선시하는 아마추어 스포츠에서 선수들이 크고 작은 폭력에 노출되는 일은 비일비재합니다. 크고 작은 괴롭힘에 연루된 선수가 한둘이 아닐 것으로 보여집니다.

[앵커]

그렇다면 배구계의 만연한 폭력 행태, 어떻게 하면 개선할 수 있을까요?

[기자]

구단, 프로배구의 주체인 한국배구연맹, 그리고 아마추어 배구를 주관하는 대한민국배구협회 모두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일벌백계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당초 소속팀 흥국생명과 배구협회는 쌍둥이 자매에 대한 징계에 대해 미온적이었습니다. 흥국생명은 학교폭력 사실을 인정한 두 선수를 경기에서 제외하면서 징계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습니다. 이번 학교폭력이 터져 나온 배경부터 말하자면, 앞서 흥국생명에서 한 선수가 팀 내 불화로 인해 숙소에서 극단적인 시도를 해 응급실에 실려 가는 일이 있었습니다. 이 일로 흥국생명 선수들이 뜨거운 감자가 됐고 학교폭력 폭로까지 나온 겁니다. 때문에 흥국생명은 "현재 두 선수의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아 심신의 안정을 취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징계를 유보했습니다. 결국 학교폭력 폭로가 나온 지 일주일 만에 무기한 출장정지 징계를 내렸습니다. 학교폭력에 대한 안일한 시각을 보여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앵커]

국가대표팀 운영 주체인 대한민국배구협회도 마찬가지죠?

[기자]

지난 12일 배구협회 관계자와 통화했을 때만 해도 즉각적인 징계에 대해서는 어렵다는 입장이었습니다. 10여 년이 지난 일로 당장 상벌위원회를 열어 징계를 논의하기는 어렵지 않겠냐는 얘기였습니다. 하지만 국가대표 선발 규정 제 11조에는 '불미스러운 행위로 사회적 물의를 야기한 선수'를 대표 결격 사유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국가대표 선발이 4월로 예정된 만큼, 이때 선발 자격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송명근 심경섭의 학교폭력까지 폭로된데다 쌍둥이 자매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어제 긴급 실무자 회의를 열었고, 오늘 국가대표 선발 자격 무기한 정지라는 중징계를 결정했습니다. 팬들의 공분을 사면서 급히 징계를 결정한 모양새입니다.

[앵커]

구단, 협회의 조치가 아쉽네요. 결국 학교폭력에 연루된 선수들은 무기한 코트에 설 수 없는 거죠?

[기자]

OK금융그룹의 송명근 심경섭 역시도 일단은 이번 시즌에는 경기에 나오지 않고 자숙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물론 두 선수 역시 국가대표로 선발될 수 없습니다. 배구협회는 "일벌백계해 재발을 막겠다"며 학교폭력에 연루된 선수의 경우 이후에도 국가대표로 선발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로써 학교폭력을 저지른 선수들은 소속팀에서는 물론 대표팀에서도 뛸 수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선수 인생에 최대 위기를 맞게 됐습니다. 학교폭력 가해자들은 "철없었던 지난날, 잘못인지 몰랐다"며 사과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이제는 어린 나이, 철이 없어 저지른 폭력일지라도, 선수 인생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다는 확실한 경고를 줄 수 있게 됐습니다.

[앵커]

반복되는 스포츠계 폭력, 근절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요?

[기자]

현재까지 논란이 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