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풍향계] 협치 실종된 '거여소야'…되돌아본 2020년

  • 3년 전
[여의도풍향계] 협치 실종된 '거여소야'…되돌아본 2020년

[앵커]

2020년도 이제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21대 국회가 새로 출범하면서 협치에 대한 기대를 높였지만, 첫 정기국회에서 여야가 보여준 모습은 과거와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올 한해 정치권 상황을 이승국 기자가 여의도 풍향계에서 돌아봤습니다.

[기자]

올해는 4년 마다 한 번 돌아오는 '총선의 해'였습니다.

코로나19 극복 등을 위해 강한 여당을 만들어달라는 더불어민주당과 정권 심판론을 내세우며 지지를 호소한 미래통합당.

총선 결과는 여당인 민주당의 압승이었습니다.

민주당은 비례정당 의석을 합쳐 180석을 얻으며 2012년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 이후 8년 만에 집권 여당 단독 과반 의석을 차지했습니다.

"더욱 겸손한 자세로 민심을 살피고 말 한마디, 행동 하나도 각별하게 조심을 해야 합니다."

반면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은 개헌 저지선 100석을 겨우 넘긴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습니다.

4년 전 20대 총선을 시작으로 2017년 대선과 2018년 지방선거에 이은 전국 단위 선거 4연패입니다.

"국민 여러분께 죄송합니다. 국가적으로 중요한 시점에 나라가 잘못가는 것을 막지 못했습니다."

21대 국회 출범에 맞춰 여야는 어김없이 '협치'와 '상생'을 강조했습니다.

첫 정기국회가 마무리 된 지금, 국민들의 평가는 어떨까요.

법정 시한 내 새해 예산안 처리 등 일부 성과도 있었지만 여전히 '협치'와는 거리가 먼 7개월이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하루 차이로 집권 여당과 제1야당 원내 수장에 오른 김태년, 주호영 원내대표는 첫 만남에서부터 국민을 실망시키지 않는 국회를 만들겠다고 한목소리를 냈습니다.

"국정의 동반자로서 늘 대화하고 또 함께 협의해가면서 국민들께서 기대하는 그런 국회를 만들 것을 최선을 다해서 함께하도록 하겠습니다."

"그야말로 국민들이 바라는 상생과 협치의 국회가 돼서 이제는 국회가 정말 국민들로부터 존경받는 그런 국회가 되도록 하는 바람이 있고…"

여야는 내년 예산안을 국회 선진화법 시행 첫해인 2014년 이후 처음으로 법정 시한을 지켜 처리하는 등의 성과를 거두기도 했지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개정안 등 쟁점 법안을 놓고 또다시 충돌했습니다.

"국회법에 따라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조정이 안 됐다니까) 조용히 해주세요!"

"이제 법사위 윤호중 위원장 혼자 하고 민주당끼리만 해요. 이게 뭐에요, 야당은 없어요? 이게 민주에요?"

'슈퍼 여당'이 된 민주당은 '임대차 3법' 등 부동산 관련 법안에 이어 공수처법 개정안 등 권력기관 개혁 법안과 '대북전단 금지법' 등을 국민의힘 의원들이 없는 본회의장에서 통과시켰습니다.

숫자의 힘으로 밀어붙인 여당, 무기력한 야당, 불과 몇 달 전 입을 모았던 '협치'의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여파, 정치권도 예외일 수는 없었습니다.

화상 회의가 크게 늘었고, 전당대회가 온라인으로 열리기도 했는데요.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8월 새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온라인으로 치렀습니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최대 수천 명이 모이는 행사를 예전처럼 진행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온라인 전당대회 당시 자가 격리 중이었던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또다시 코로나19 확진자 밀접 접촉자로 분류돼 두 번째 14일 간의 자가 격리를 했습니다.

"의원 여러분, 상임위와 예결위에서 수고 많이 하시는데 저는 집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미안합니다."

최근에는 민주당과 국민의힘 당직자, 국회 도서관 직원, 국민의힘 윤희석 대변인 등이 잇따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국회에도 '방역 비상'이 걸렸습니다.

"의원님들 안녕하셨습니까. 우리 사무처 홍보국에 코로나 확진자가 나오고 또 검사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저희들이 모여서 회의를 하지 못하고 이렇게 화상 회의로 하게 됐습니다."

코로나 정국이 길어지면서 새해에도 국회에서 대규모 토론회나 강연은 자취를 감추는 대신 '비대면 회의'는 더욱 늘어날 전망입니다.

2020년을 마무리하는 정치권의 최대 관심은 석 달여 앞으로 다가온 재보궐 선거입니다.

특히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 결과는 내후년 열리는 대통령 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큰 만큼, 여야 모두 필승 의지를 다지고 있습니다.

당원 투표를 통해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 공천을 결정한 더불어민주당.

"이제 저희 당은 철저한 검증과 공정한 경선 등으로 가장 도덕적이고 유능한 후보를 찾아 유권자 앞에 세울 것입니다."

곧바로 선거기획단을 꾸려 경선 준비와 함께 공약 마련에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보다 앞서 재보선 공천관리위원회를 띄웠습니다.

5선인 정진석 의원이 위원장을 맡아 앞서 당 경선준비위원회가 가닥을 잡은 경선 규칙 등을 확정할 계획입니다.

"이 보궐선거가 우리 당의 절대절명의 운명을 가늠하는 선거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기회를 놓치면 과연 국민의힘이 미래를 예측할 수 있겠느냐 하는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김종인 위원장은 본격적인 재보선 준비 모드에 들어가기 앞서 이명박·박근혜, 당이 배출한 두 전직 대통령이 구속 상태에 있는 것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마쳤습니다.

2021년 새해도 올해 못지않게 여의도의 시계는 빠르게 돌아갈 것으로 보입니다.

4월 7일 재보궐 선거가 끝나면 여야 모두 11개월 남은 차기 대선 준비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게 될 텐데요.

1년 뒤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