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워치] 中누리꾼들 이번엔 BTS…美언론 "악의없는데 공격"

  • 4년 전
[이슈워치] 中누리꾼들 이번엔 BTS…美언론 "악의없는데 공격"


[앵커]

글로벌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 BTS가 중국 누리꾼들의 공격 대상이 됐습니다.

BTS가 수상 소감으로 한국전쟁과 관련된 언급을 한 걸 문제 삼았는데요, 중국 언론은 이번 트집을 '사태'라고까지 부르며 일을 키운 반면, 미국 언론은 중국 누리꾼들을 꾸짖는 기사를 싣는 등 '국제적 이슈'가 됐습니다.

이봉석 기자와 함께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우선 중국 누리꾼들은 방탄소년단의 어떤 발언에 불만이 있는 건가요. 이 얘기부터 전해주시죠.

[기자]

방탄소년단은 최근 한미관계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밴 플리트' 상을 수상했습니다.

이 상은 한국전쟁에 참전하고 미국의 한미 친선 비영리 단체인 코리아소사이어티를 창립한 제임스 밴 플리트 장군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상인데요, 중국 누리꾼들이 문제를 삼는 건 방탄소년단의 리더 RM의 수상 소감 가운데 한 대목입니다.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올해는 한국전쟁 70주년으로 우리는 양국(한미)이 함께 겪었던 고난의 역사와 많은 남성과 여성의 희생을 영원히 기억해야 합니다."

상 자체가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장군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거고, 미국의 한국전 참전이 오늘날 한미관계로도 이어진 만큼 방탄소년단이 상을 받은 뒤 이런 언급을 하는 건 문제는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중국 누리꾼들은 '고난의 역사' 그리고 '많은 남성과 여성의 희생'이라는 표현에 분노했습니다.

[앵커]

말씀하신 대로 한미 간 친선을 도모하는 단체에서 관련 상을 받은 다음 한미관계에 대해 좋은 얘기를 한 셈인데, 중국 누리꾼들은 왜 수상 소감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나요.

[기자]

우선, 한국전쟁 때 국군 희생자는 자료마다 다르지만 보통 15만 명 안팎으로 추산되고 미군 희생자도 4만명쯤 됩니다.

민간인도 약 100만 명이 사망했습니다.

방탄소년단의 언급은 이런 걸 가리키는 거로 보이는데요, 당연히 이들은 모두 북한군과 중국군에 의해 희생됐겠죠.

결국 방탄소년단이 말한 '고난의 역사'에서 고난을 가한 쪽은 북한과 중국이 되는 셈입니다.

한국과 중국의 역사 인식이 충돌하는 지점이 바로 여기인데요, 중국은 자신들의 참전을 '항미원조', 미국에 대항에 조선, 북한을 도왔다고 부르고 있는데, 이번 달 25일은 중국이 말하는 항미원조기념일이기도 합니다.

당시 미군 전투기가 중국 영토를 여러 차례 침범했고 심지어 랴오닝성 단둥 지역에 대해서도 폭격을 가했다는 게 중국의 주장인데요, 이렇듯 안보에 위협을 느껴 참전하게 됐다고 중국은 주장하고 있습니다.

한국전쟁 과정에서 중국군도 20만 명 정도가 희생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북한이 중국과 구소련의 지원을 받아 남침했다는 사실은 도외시한 채 고난을 받은 건 오히려 중국이라는 게 중국 누리꾼들의 인식 같습니다.

[앵커]

중국 누리꾼들의 반응을 구체적으로 소개해주시죠.

팬클럽에서 탈퇴하겠다는 탈덕 선언도 잇따르고 있다면서요.

[기자]

일부 중국 언론은 이번 일을 'BTS 사건'이라고까지 부르고 있습니다.

그만큼 중국 누리꾼들이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건데요, 중국 SNS에 올라온 글 가운데 일부를 직접 번역해봤습니다.

첫 번째입니다. 방탄소년단은 잘못이 없다. 그들은 한국인이다. 서양시장에 진출하고 싶어하고 상을 받은 것과 소감에는 잘못은 없다. 내가 탈덕, 더이상 팬을 하지 않는 것 역시 잘못 없다. 나는 중국인이다. 나는 비참한 역사를 똑똑히 기억한다. 그래서 나는 방탄소년단을 욕하지 않고 밟지도 않는다. 다만 이후 돈을 쓰지 않을 것이다. 이전에 쓴 돈은 버린 셈으로 치겠다.

[앵커]

중국 외교부까지 수습에 나설 정도였다면서요.

방탄소년단을 모델로 내세운 우리 기업들도 식은땀을 흘렸을 것 같은데요.

[기자]

이른바 탈덕 선언이 잇따르면서 민족주의 성향의 중국 환구시보에 실릴 정도로 파장이 커졌고요, 중국 외교부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연합뉴스 특파원의 질문에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한 발언이 있는데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관련 보도와 중국 누리꾼 반응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역사를 거울삼아 미래를 향하고 평화를 아끼며 우호를 도모하는 것은 우리가 함께 추구하고 노력할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미국 뉴욕타임스도 이번 일을 다루면서 "방탄소년단의 악의 없는 발언을 공격했다"며 중국 누리꾼들을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방탄소년단을 모델로 내세웠던 우리 기업들도 발 빠르게 나섰습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휠라 등이 중국 쇼핑몰 등에서 방탄소년단 관련 게시글을 삭제한 건데요, 우리 기업들은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불매운동 악몽을 떠올리는 모습이었습니다.

[앵커]

중국인들이 공격 대상으로 삼은 건 BTS가 처음은 아닌데요.

과거 비슷한 사례를 전해주시죠. 당장 중국의 사드 배치 보복도 떠오르는데요.

[기자]

앞서 짧게 전해드린 것처럼 2016년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조치가 대표적입니다.

한한령으로 중국에 진출한 우리나라 방송 콘텐츠 업체들이 큰 피해를 봤고, 롯데와 현대차, 삼성전자 등 우리 기업들의 피해도 컸습니다.

벌써 4년이 지나면서 일부 보복조치는 풀렸지만, 아직도 한한령은 완전히 해제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사드 보복이 시작된 해에는 걸그룹 트와이스의 대만 출신 멤버 쯔위도 논란이 주인공이 됐습니다.

한 인터넷 방송에서 대만 국기를 흔들었다가 중국 네티즌들에 의해 '대만 독립주의자'라는 낙인이 찍힌 겁니다.

결국 쯔위와 소속사 모두 사과하면서 사태는 가라앉았습니다.

작년에는 슈퍼주니어의 시원이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글에 '좋아요'를 눌렀다가 중국 팬들의 반발을 샀고요, 올해 여름에는 인기 연예인 이효리가 중국 네티즌들의 공격을 받았습니다.

예능 프로에서 예명으로 '마오 어때요'라는 말을 했다가 중국인들이 국부로 추앙하는 마오쩌둥이 연상된다면서 중국 누리꾼들이 벌떼처럼 들고일어났습니다.

[앵커]

말씀하신 것처럼 비슷한 일이 계속되는 모습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