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미안해"…빨간 승용차만 보면 용돈 꽂아둔 팔순 모정

  • 4년 전
"아들아 미안해"…빨간 승용차만 보면 용돈 꽂아둔 팔순 모정

[앵커]

좋은 것, 맛있는 것을 보면 자식부터 생각하는 게 부모의 마음이라고 하는데요.

빨간 승용차만 보면 꼬깃꼬깃한 용돈과 군거질거리를 몰래 끼워뒀던 80대 할머니의 사연이 큰 울림이 되고 있습니다.

치매 증상이 있는 이 할머니는 아들을 공부시키지 못한 미안한 마음에 아들이 타고 다니던 것과 같은 색의 승용차를 보면 아들을 떠올렸다고 합니다.

한지은 기자입니다.

[기자]

주차된 빨간색 승용차 앞에 누군가가 한참을 서성입니다.

문고리 근처를 만지작거리던 이 사람은 이내 가벼운 발걸음으로 사라집니다.

그로부터 몇 시간이 지나 한 50대 여성이 통영경찰서 광도지구대로 찾아왔습니다.

이 여성은 자신의 승용차 손잡이에 꽂혀있던 돈이라며 꼬깃꼬깃 접힌 5만원권 지폐를 내려놨습니다.

두 달 전부터 누군가 주차해둔 자신의 승용차 손잡이에 돈과 군것질거리를 끼워둔다는 겁니다.

"2월 13일에는 2만원이 꽂혀있었고, 3월 4일인지 5일인지 오후에 족발 봉지가 꽂혀있었고… 3월 8일날 5만원이 꽂혀있었고…"

이렇게 꼬깃꼬깃 모인 돈은 21만원.

족발, 과자, 떡 등 먹거리도 다양합니다.

경찰이 근처 CCTV를 확인한 결과 승용차를 주차한 곳 인근에 사는 86세 할머니가 한 일이었습니다.

치매 증상이 있는 할머니는 자신의 집 앞에 주차된 빨간색 승용차를 보고 아들을 떠올렸습니다.

몇 년 전 아들이 타고 다니던 승용차가 빨간색이었다는 걸 기억하고 있었던 겁니다.

어려운 형편으로 제대로 공부를 시키지 못한 게 미안한 마음으로 남았던 할머니는 아들의 것으로 추정되는 빨간색 승용차가 보일 때마다 용돈과 군것질거리를 끼워놨습니다.

할머니의 아들은 몇 년 전까지 할머니 집 근처에 살았으나 지금은 개인적인 이유로 타지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경찰은 할머니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한 뒤 할머니에게 돈을 돌려줬습니다.

연합뉴스 한지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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