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는 파랑, 여아는 분홍" 이제 그만…인권위에 진정

  • 4년 전
◀ 앵커 ▶

남자 아이 대부분은 파란색, 여자 아이의 경우 보통 분홍색을 좋아하죠.

자연스러운 선택 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사실 아이들이 태어나면서부터 접하는 영유아 용품 대부분이 색깔로 성별을 구분하고 있습니다.

한 시민단체가 이런 색깔 구분이 성 역할을 고착 시키는 차별이라면서, 인권위에 진정을 냈습니다.

이덕영 기자입니다.

◀ 리포트 ▶

7살 난 아들을 키우고 있는 김정덕씨.

김 씨는 아이 옷을 고를 때 색상이 편중되지 않도록 특히 신경을 씁니다.

그래서 아이의 옷장 안에는 분홍색과 보라색 같은 다양한 색상의 내의들이 가득합니다.

[김정덕/7살 아들 엄마]
"'분홍색은 여자아이 색이잖아' 이런 이야기를 본인이 했을 때 '아니야, 누구나 원하는 옷을 원하는 모양으로 입을 수 있어'라고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해주죠."

하지만 유치원에서 그린 가족 그림에서는 어느새 색깔로 엄마, 아빠를 구분합니다.

[김정덕/7살 아들 엄마]
"아빠는 항상 파란색이고 엄마는 치마를 입은 분홍색 캐릭터에요. '선생님도 이렇게 그려'라고…"

대형마트의 장난감 코너.

여자 아이가 주인공인 장난감들이 즐비한 선반은 온통 분홍빛입니다.

'나도 엄마처럼 청소기 돌릴래요'

'나도 엄마처럼 세탁기로 빨래해야지'

이렇게 역할 놀이용 장난감들은 청소, 빨래, 육아를 모두 엄마가 하는 것으로 묘사돼 있습니다.

'노 모어 핑크' 운동을 벌이고 있는 정치하는엄마들은 최근 이런 유아 제품들이 성차별을 하고 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습니다.

[남궁수진/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
"여성스러운, 혹은 남성스러운이란 어떤 규정이 있는 것이거든요. 사람의 성격이나 어떤 성향이 아니라 성별로 판단해버리고 규정된 역할을 하기를 바라는 그것이 사회적 억압이고 구속이 되는…"

기능과 상관없이 색깔만으로 남아용, 여아용을 구분한 영유아용 노리개 젖꼭지와 크레파스 상자, 속옷 등이 사례로 제시됐습니다.

지난해 바비 인형 제조사 마텔은 성중립 인형을 출시했고, 미국 대형 유통업체들은 몇 해 전부터 남녀 장난감 구분 표시를 없애는 등 해외에선 이미 유아용품 성 고정관념을 깨려는 움직임이 거셉니다.

어린 시절부터 양성 정체성에 대한 고른 교육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커지는 가운데 인권위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됩니다.

MBC뉴스 이덕영입니다.

(영상취재 : 김희건, 영상편집 : 정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