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탄' 문구 빠진 대북 경고…美 슬쩍 '대화' 타진

  • 4년 전
◀ 앵커 ▶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오늘, 긴급 회의를 소집해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향후 도발 가능성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이 회의를 소집시켰던 미국은 북한을 향해서 선을 넘지 말라고 경고하면서도 협상 복귀를 촉구했는데 조금 전 북한이 민감한 반응을 내놓았습니다.

워싱턴을 연결해봅니다.

여홍규 특파원, 미국이 북한 문제로 안보리를 2년 만에 소집한 거라 강도 높게 압박할 거란 예상이 많았는데, 막상 경고 수위가 높지 않았어요.

◀ 기자 ▶

비유를 하자면, 북한에 대해 미국이 '안보리'라는 칼을 꺼내들었는데, 칼날은 생각보다 무뎠습니다.

2년 전 안보리 소집 때와 달리 성명 채택 등은 이뤄지지 않았는데요.

하지만 미국은 북한의 잇따른 탄도미사일 발사가 사거리에 관계 없이 안보리 결의 위반이란 점은 분명히 했습니다.

또, 북한이 추가 도발에 나설 경우 안보리가 상응하는 행동에 나서야 한다며 추가 제재 가능성도 시사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북한은 조금 전 외무성 대변인담화를 내고 "상응한 대응을 해줄 준비가 되어 있으며, 미국이 우리로 하여금 우리의 갈 길을 택하도록 도움을 줬다"고 밝혀…

◀ 앵커 ▶

북한이 즉각적으로 민감하게 반응을 했는데요.

사실 미국이 경고를 하면서도 북한을 협상장으로 유인하려고 발언 수위를 조절했잖아요?

◀ 기자 ▶

북한 미사일 발사를 유엔 차원에서 논의할 때 흔히 나오는 단어가 '규탄'과 '우려'인데요.

미국은 이번 회의에서 이처럼 북한을 자극할 수 있는 표현을 자제했습니다.

켈리 크래프트 유엔주재 미국대사가 일주일 전만 해도 북한의 최근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매우 우려한다'고 밝혔는데, 이번엔 그런 말이 없었습니다.

또 '제재'라는 단어도 가급적 쓰지 않고 '상응하는 행동' 이런 식으로 에둘러 표현했습니다.

반면 크래프트 대사가 강조한 단어들도 있었습니다.

[크래프트]
"우리는 동시적이고 병행적으로 구체적인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습니다. 접근법에 있어 유연해질 준비도 돼 있습니다."

여기서 주목되는 건 '유연성', 그리고 '동시적 병행적 조치'인데요, 이는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 역시 언급했던 표현들입니다.

비건 대표는 지난 6월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고요, 앞서 1월엔 스탠퍼드대 강연에서 '동시적 병행적 진전'이란 표현을 처음 썼습니다.

비건 대표도 이번 회의 일정에 맞춰 뉴욕에 가서 안보리 이사국들과 회동했는데, 워싱턴 외교가에선 크래프트 대사 발언에 협상파인 비건 대표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 앵커 ▶

비건 대표가 곧 한국을 방문할 예정인데 이때 판문점에서 북측 인사와 접촉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관측이 있어요.

◀ 기자 ▶

예, 비건 대표는 오는 15일, 일요일에 한국을 방문할 예정입니다.

방한을 계기로 판문점에서 북측과 접촉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데요.

다만, 일요일 오후에 한국에 들어와서 화요일 오후에 떠나는 일정이 다소 촉박합니다.

실제 북한과의 접촉이 이뤄질 지는 미지수지만 연말 시한을 앞두고 정체된 북미관계를 풀어보려는 미국의 노력에 하나의 전환점이 될 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워싱턴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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