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논문 다른 저자…대입 스펙 공장 '가짜 학회'

  • 5년 전
◀ 앵커 ▶

몇몇 교수들만의 문제라고 생각했던 이른바 부실학회, 가짜학회에 고등학생들까지 엉터리 논문을 내 스펙을 쌓고 있는 게 확인됐습니다.

그리고 그 배후에는 강남의 한 학원이 있었습니다.

장슬기 기자입니다.

◀ 리포트 ▶

학술 발표문 두 편입니다.

제목이 "교육 분야 인공지능과 로봇"으로 똑같습니다.

같은 문장에 밑줄을 쳤더니 한 문장을 제외하곤 6페이지 전부가 똑같습니다.

그림도 똑같습니다.

저자만 양 모 씨와 이 모 씨로 다릅니다.

각각 2017년과 2018년, 터키의 한 학회에서 발표됐습니다.

베낀 발표문이 통과될 정도로 엉터리 학회인 겁니다.

터키에 있다는 이 학회를 더 들여다봤더니 발표문에 김 모 씨, 이 모 씨, 박 모 씨 등 한국인으로 보이는 이름이 여럿 나옵니다.

모두 국내 자율형사립고등학교와 국제고, 또는 국내외 외국인학교에 다니는 고등학생들입니다.

이렇게 고등학생이 쓴 발표문은 2017년과 2018년, 모두 28편으로 확인됐습니다.

소속은 제각각이지만, 공통점이 있습니다.

저자 이메일엔 하나같이 이란 숫자가 들어가 있습니다.

248로 시작하거나, 248로 끝납니다.

연락이 닿은 이메일 주인은 강남 압구정동에 있는 한 학원을 통해 이 이메일을 만들었다고 털어놨습니다.

이렇게 발표문을 쓴 고등학생 중 6명은 카네기멜런, 보스턴대학, UC어바인 등 미국 명문대학에 진학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가짜학회에 논문을 제출한 고등학생들은 더 있습니다.

이번엔 미국의 대학생들과 함께 논문을 써 가짜학회에 제출하는 수법입니다.

이렇게 가짜학회에 논문을 쓴 고등학생은 모두 3명으로, 전부 경기도에 있는 한 자사고 해외대학 진학반인 국제반 출신입니다.

마찬가지로 학원에서 하라는대로 했다는 게 학생들 주장입니다.

학생들이 지목한 곳은 미국 수능인 SAT를 가르치는 강남의 한 학원.

학원 측은 학생 3명이 수강생은 맞지만 학원이 논문 대필을 한 적은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다만 학생들이 원하면 누군가를 연결해줄 수 있다면서도 이 학생들은 그런 적도 없다고 부인했습니다.

돈만 내면 논문 실어주고 발표 기회도 주는 가짜학회에서 고등학생들이 반칙 먼저 배우고 있습니다.

MBC뉴스 장슬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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