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받아야 할 65번째 생일에…"장애인 지원 끊겨"

  • 5년 전
◀ 앵커 ▶

혼자서는 움직일 수도 물도 마실 수 없는 중증 장애인의 거동을 도와주는 '장애인 활동 지원제'가 있습니다.

장애인 당사자에겐 가히 생존과 직결된 복지 제도입니다.

그런데 이런 중증 장애인이 만 65세가 되면 그 동안 받아오던 '활동 지원'이 오히려 대폭 줄어든다고 합니다.

나이 들면 줄어드는 이상한 복지, 곽동건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뇌병변 중증 장애를 가진 김순옥 씨는 움직일 수 있는 게 얼굴과 손가락뿐입니다.

[김순옥/중증 장애인]
(됐어요? 당겨줄까?)
"됐다."

활동지원사의 도움 없이는 목이 말라도 물조차 마실 수 없습니다.

이렇게 하루 14시간 장애인 활동지원을 정부로부터 받아왔는데, 지난 7월, 만 65세 생일이 지난 뒤론 활동지원이 하루 4시간으로 확 줄었습니다.

[김순옥/중증 장애인]
"억울해요, 너무. (활동지원) 시간이 줄어들어서 억울하지…"

지금 당장은 주변의 후원 덕에 매달 3백만원에 달하는 돌봄비용을 충당하고 있지만, 늘 불안한 마음입니다.

얼마전 65세 생일을 맞았던 중증장애인 권오태 씨도 다음 달부터 하루 18시간이던 활동 지원이 4시간으로 줄어듭니다.

만성 폐 질환까지 있어 가래조차 뱉기 힘든 권씨에겐 활동 지원사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시간이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권오태/중증 장애인]
"(생일) 밤에 혼자 누워서 눈물을 많이 흘렸죠. 눈물이 흘러서 귓가에 고여도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이들이 이런 상황에 내몰린 건, 하루 최대 24시간 받을 수 있는 장애인 활동지원이 65세부턴 하루 4시간까지 지원되는 노인 장기요양 대상자로 일괄 전환되기 때문입니다.

원래는 65세가 되면 장애인 지원과 노인 지원, 둘 중 하나를 선택하게 했는데, 지난 2013년부터 정부가 재정 부담을 이유로 돈이 덜 드는 노인 지원으로 통합시켰습니다.

지난 5년간 이런 씁쓸한 65세 생일을 맞은 장애인은 1990명..앞으로도 해마다 4백명의 장애인이 비슷한 처지에 놓이게 됩니다.

[박병주/영도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
"나이가 많다고 해서 갑자기 장애가 없어져서 노인 질병이 생기고 이런 건 아니거든요. 근데 나이로 그걸 제한해 놓으니까…"

'장애인이 노인이 되면 장애인이 아니라는 불합리한 제도'란 비판에 국가인권위도 두 차례나 개선 의견을 낸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3년 전부터 발의된 개정 법안이 4개나 있지만, 오늘 처음 상임위에 상정됐습니다.

그러나 20대 정기 국회는 이제 한 달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권오태/중증 장애인]
"'65세 넘으면 너는 죽어라' 그렇게밖에 해석할 수가 없고… 절망의 심연 속으로 빠질 수밖에 없어요."

MBC뉴스 곽동건입니다.

(영상취재: 고헌주 / 영상편집: 장예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