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이 간다]단풍 사이로 “위하여”…아찔한 음주산행

  • 5년 전


울긋불긋한 단풍이 등산객을 유혹하는 계절입니다.

그런데 이 아름다운 산 곳곳에서, 몰래 술을 먹는 등산객과 음주 단속반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아찔한' 음주산행의 실태를 김진이간다, 김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가을 단풍철을 앞두고 등산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도봉산에 나와 있습니다. 이 전광판에는 음주 산행을 금지한다는 문구가 눈에 띄는데요, 음주 산행 금지법이 시행된 이후, 얼마나 잘 지켜지고 있는지 제가 현장을 직접 돌아보겠습니다.

지난해 9월부터 시행된 음주산행 금지법. 국공립공원에서 음주 산행을 하다 적발 되면 최대 1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국립공원 특별사법 경찰입니다. 음주하시면 안 됩니다. 정리하시고 (음주) 하지 마세요. 분명히 말씀드렸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하지만, 등산로 곳곳에서 여전히 술 마시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거의) 다 내려가니까


편하게 내려가셔서 거기서 편안하게 안전하게 드세요

도봉산을 찾는 등산객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장소, 마당 바위에 올라가보았습니다. 단속반이 특히 예의주시하는 단속 지역입니다.


건강을 위하여 / 위하여

큰 소리로 건배사를 외치는 사람들


실례하겠습니다 여기 현수막 붙어 있잖아요 드시지 마시라고


아직 안 먹었어 먹으려고 하는 거야


지금 앉아서 막 건배 한 번 하려고 했는데 지금 막 오셨네


목 축이려 마시려고 막걸리 한 병이잖아


공원 관리를 위해서 어쩔 수 없습니다 앞으로는 드시지 마십시오

술판은 여기저기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잔 좀 줘봐. 단속하는 거 아니야? 단속 중이라고 써 있잖아


먹지 마 먹지 마 치워


올라온다 올라온다 치워

단속반을 보고 황급히 술병을 치웁니다.


마당바위 지역이 음주행위를 할 수 없는 지역입니다. 소주병 정리하시는 거 다 봤습니다


편의 좀 봐주셨으면 좋겠는데 잘못한 건 인정합니다

막걸리 맛에 산을 찾는다는 일부 등산객들.

산 입구에서부터 술병을 봉지에 가득 담아 올라가는 사람들도 눈에 띕니다. 등산로 입구 가게들은 걸리지 않고 술을 마시는 법을 알려줍니다.


올라가서 먹어도 돼요?


봉지에 담아 드려요 이런 까만데다 금방 담아드려요


원래는 금주잖아요


살짝 모르게 먹으면 아무 말 안 해
골고루 다 있어요 병맥주도 있고 막걸리 시원한 거 있어요


괜찮겠죠?


내가 하루 이틀 장사하는 사람이야?
그렇게 되면 다 잡혀가지 술 팔아먹겠어?

단속 장소를 알려주기도 합니다.


어디서 마시면 안 되냐면 술 마시고 비틀거리고 떨어지고 사고 나기 좋은데 이런 데는 단속해요

현행 음주산행 단속은 국공립공원에서만 하고 있는데요,

단속 대상이 아닌 산은 어떨까. 경기도 하남에 있는 검단산에 가보았습니다.

산에 오른 지 얼마 되지 않아, 곳곳에 술판이 벌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요,

NA. 술을 마시고 등산을 하는 것, 위험하지는 않을까요?


한 잔 가지고는 괜찮아 다 깨버리니까 땀으로 다 나와 버려

공터에는 술을 마실 수 있는 탁자까지 마련돼 있습니다.


도봉산은 음주행위 단속하던데요?


조심해야지


여기는 안 해요?


도봉산은 국립공원이잖아 (여기는 아니고)

이런 음주 산행은 결국 사고로 이어집니다.

지난 6년 동안 국립공원에서만 64건의 음주사고가 발생했고, 이 중 사망사고는 10건이나 됩니다.


눈살 찌푸려지고 아이들 데리고 오기도 참 민망할 때가 많아요


우리가 봐도 불안하죠 술 마시면 위험성이 있으니까. 사고 위험성이 확실히 높잖아요

국공립공원이 아닌 곳의 음주 행위는 단속 근거가 없다보니 사실상 방치돼 있습습니다.


저희 공원녹지과에서는 관리 권한이 없기 때문에 계도 활동 위주로 계속 활동을 했고요.

건강을 챙기기 위해 나선 산행. 그러나 술에 취한 발걸음으로 자칫 큰 비극을 부를 수 있습니다.
김진이 간다 김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