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도 반칙도 없다…그래서 나는 달린다

  • 5년 전
◀ 앵커 ▶

최근 마라톤대회들에 2030세대 참가자 수가 크게 늘었는데요.

중장년층의 전유물이라 여겼던 달리기에 2030, 이른바 밀레니얼 세대들이 빠져들고 있다고 합니다.

양효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오로지 나의 숨소리, 발소리에 집중합니다.

숨이 차오릅니다.

그래도 달립니다.

취업 실패로 힘들었던 20대 중반.

1년 가까이 우울증, 대인기피증을 앓은 안정은 씨는 처음에는 그저 답답해서 달렸습니다.

[안정은/러닝 전도사]
"(처음 달렸을 때) 정말 숨이 너무 차오르고 꺽꺽대고 가파오르지만 오히려 내면은 더 잔잔해지고 고요해지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그렇게 계속 달렸습니다.

기록이 쌓여갈수록 자존감도 높아졌습니다

그의 이야기는 또래 세대의 공감을 받았고, 그는 국내 최고 런스타가 됐습니다.

[영화 '아워 바디']
"내 나이에 취직 못해. (니 나이가 뭐 어때서…) 나 서른 하나야."

치열한 경쟁…출구가 보이지 않는 삶에 지친 청춘들이 달리기에 빠져드는 이야기.

감독은 자신의 경험을 영화에 녹였습니다.

달리기가 주는 정직함이 위로가 됐다고 합니다.

[한가람/'아워 바디' 감독]
"20대 후반에 거의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비정규직으로 일을 하거나 그랬었는데, 뭔가 노력한 대로 성과가 나오지 않는 게 많이 속상했었는데 달리기나 운동을 하면 꼭 내가 연습한 만큼의 그런 결과를 보여주니까…"

장비, 시간,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혼자 뛰어도 되고, 경쟁하지 않아도 되고, 반칙도 없습니다.

2030세대가 말하는 달리기의 매력입니다.

또 IT 기기에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답게 스마트 앱과 기기로 자신의 기록을 측정하고, 소셜미디어로 공유하며 그들만의 문화를 만들고 있습니다.

숨가쁜 경주가 아닌 행복한 질주.

조금 더 단단해진 나를 느끼며 그들은 오늘도 달립니다.

MBC뉴스 양효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