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동안 국정원 '프락치'…민간인 사찰 논란

  • 5년 전
◀ 앵커 ▶

'프락치'라고 들어보셨습니까?

우리 말로 '첩자'라고 하기도 하고, 좋게 말해서 '정보원'이라고도 하죠.

아마 군사정부 시절을 경험한 중년 이상이라면 잘 알 것 같고, 2,30대는 좀 낯설 것 같은데요.

국정원이 최근까지도 민간단체에다 이런 '프락치'를 심어놓은 사실이 드러나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조국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겉보기엔 평범한 가방 안쪽으로 고성능 녹음기가 숨겨져 있습니다.

태블릿 피시에 노트북, 소형 비디오카메라까지.

국정원이 한 시민단체 활동가 김모 씨에게 제공한 장비들입니다.

국정원은 지난 2014년 김 씨를 한 통일 관련 단체에 잠입시킨 뒤 무려 5년 동안 이른바 프락치 활동을 시켜왔습니다.

[김 모 씨/국정원 정보원 활동]
"학생운동 했던 사람들도 있고, 공부하는 학자와 교수들도 있고. 그런 단체 한 곳을 이적성 있는 단체로 그쪽에서는 만들고 싶었죠."

감시 대상은 전방위적이었습니다.

[김 모 씨]
"(단체에) 기자들도 가끔 와서 얘기 나누고 하잖아요? 그런 정보까지도 다…"

이석기 의원 내란 음모 사건 이후 또 다른 사건을 기획하기 위해 학생운동 전력자들이 만든 단체를 주시했다는 겁니다.

오피스텔을 얻게 한 뒤 몰래카메라를 설치하고 주요 감시 대상들의 일상을 그대로 녹화했다고 김 씨는 주장했습니다.

월세는 국정원이 지불했습니다.

[김 씨-국정원 직원 간 통화]
"월세 영수증 보내라니까?"
("보냈어요.")
"어제 내가 확인했는데 안 왔는데 언제 보냈어."

매달 200만 원의 급여, 종종 보너스도 지급됐습니다.

[김 모 씨/국정원 정보원 활동]
"(단체) 시민위원장까지 되니 자기 나름대로는 조직에 침투했다고 판단했는지 윗선에 얘기해서 격려금 차원으로 백만 원…"

5년 간 받은 돈만 1억원 가량.

죄책감을 더이상 감당하기 어려워 최근 일을 그만두겠다 말하자 국정원은 강하게 회유하기도 했습니다.

[국정원 직원]
"주변 둘러싼 모든 게 다 무너져 버리잖아. 그러지 말고…"

김 씨는 5년 동안 수백 개의 녹음 파일과 백 여 건의 진술서를 국정원에 건넸지만, 실제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처벌된 사례는 아직 없습니다.

논란이 일자 국정원은 민간인 사찰이 아니라 적법한 국가보안법 내사 사건이라고 밝혔습니다.

사찰 대상으로 꼽힌 사람들도 김 씨가 직접 제보한 것이고, 김 씨가 국정원의 정보원으로 일한 만큼 수고비 조로 돈을 준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다만 국정원은 제기된 의혹을 철저히 조사하고 잘못된 수사 관행이 확인된다면 업무 전반을 재정비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조국현입니다.

(영상취재: 조윤기 / 영상편집: 이정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