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나도 전복 하나쯤?…좀도둑에 밤마다 순찰

  • 5년 전
◀ 앵커 ▶

어민들은 여름 피서철이 되면 신경이 곤두서고 밤잠을 편히 이루지 못합니다.

마을 공동어장에서 애써 키워둔 수산물을 훔쳐가는 사람들 때문인데요.

김문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새카맣게 어둠이 내린 바다 위로 흰 불빛이 왔다갔다 합니다.

한 손에 손전등을 쥔 사람들이 수면 위와 테트라포드 사이사이를 유심히 살핍니다.

"저 사람 낚시꾼이지?"

피서철이 되면 한밤중에 마을 공동어장의 수산물을 훔쳐가는 사람들이 있어, 어민들이 직접 야간 순찰을 도는 겁니다.

지난 8일에는 한 관광객이 맨 손으로 전복을 채취하다 적발됐고, 지난해에는 동호회 회원 4명이
전복을 1인당 10kg씩 따다 걸리기도 했습니다.

[최영식/어민]
"밤에 와서 이렇게 (불법 채취) 작업을 하니까, 우리 주민들이 지켜도 그 사람들을 당할 수가 없어요. 심정은 말할 수 없죠."

어민들은, 불법 채취 적발이 쉽지도 않거니와, 힘들게 적발해도 채취한 걸 그 자리에 버리고 발뺌하면 그만이라며, 답답함을 토로합니다.

[고수성/어촌계장]
"어민들이 돌아다니면 (불법 채취꾼들이) 바다에 다 버리고 나옵니다. 그리고 그 지점을 기억해뒀다가 새벽에 다 잠든 틈을 이용해서 다시 바다에 들어가서…"

이 때문에 어민들이 자체적으로 야간순찰을 돌고 있지만, 생업 때문에 한계가 있습니다.

생각없이 한 일이라고 해도, 어민들이 힘들게 씨를 뿌려 키운 수산물을 채취하다 적발되면, 절도죄 처벌을 받게 됩니다.

누군가는 재미삼아 장난으로 그랬다고 말하지만, 어민들이 땀 흘려 일궈낸 수산물을 보호하기 위해 인식 개선이 필요해 보입니다.

MBC뉴스 김문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