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마케팅 봇물…'애국'과 '국뽕' 사이

  • 5년 전
◀ 앵커 ▶

태극무늬를 입힌 광복절 기념 볼펜이 출시 첫날부터 매진되고, 독립투사의 얼굴이 인쇄된 티셔츠는 없어서 못 팔 정도라고 합니다.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 이후 애국심을 자극하는 마케팅이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자칫 정도가 과해지면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이지선 기자입니다.

◀ 리포트 ▶

한 대형마트 주류 매장.

국산 맥주를 담은 가방 네 귀퉁이에 건곤감리 무늬가 새겨져 있습니다.

광복절 맞이 할인 상품으로, 포장만 바꿨을 뿐인데 사람들의 손길이 닿습니다.

"일본 제품 사는 것보다는 한 번 더 쳐다보게 되고, 시국이 시국이다보니까 사람들 마음 끄는 효과도 있는 것 같아요."

볼펜이 태극무늬와 무궁화, 건곤감리 옷을 입었습니다.

모델명도 알파벳 대신 한글로, 잉크도 태극기에 들어가는 흑·청·적색으로만 구성됐는데, 인터넷 판매 하루 만에 5천 세트가 매진됐습니다.

[최인경]
"포스터 보고 빨리 구매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빨리 소진될 것 같아서. 반일 감정이 좀 많다보니까 이런 것들 구매해서 선물하면 되게 좋아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한 국산 중저가 의류 브랜드는 '우리 역사를 기억하자'는 취지로 1945와 독립투사의 얼굴이 새겨진 티셔츠를 내놨습니다.

전국 매장에서 일주일 만에 매진돼 아직까지 추가 물량을 대지 못하고 있습니다.

신협이 1천만 원까지 금리를 낮춰주는 8.15 대출 상품을 내놓자 판매 첫날에만 1천 건의 상담이 몰려들기도 했습니다.

전에 없던 열풍 속에 결국 선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정건화]
"매출을 인위적으로 늘리려고 한다는 의도같은 게 보이면 그게 부작용으로 안 좋게 영향을…같이 운동에 동참하는 느낌 정도까지 받을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품질이 뒷받침되지 않는 바람몰이식 상술은 자칫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겁니다.

긍정적 이미지인 '애국'과 부정적 표현인 이른바 '국뽕' 사이에서 기업들은 오늘도 고객의 마음을 잡기 위해 아슬아슬 줄타기를 하고 있습니다.

MBC뉴스 이지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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