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해야 하나, 죽여야 하나 골칫거리로 전락한 멸종위기 동물들

  • 6년 전
보호해야 하나, 죽여야 하나
골칫거리로 전락한 멸종위기 동물들


지난달 15일, 인도네시아의 한 하천에서 머리가 잘린 오랑우탄 사체가 발견됐습니다. 머리와 몸의 털은 모두 밀려있었고, 고문의 흔적으로 두 팔은 거의 잘려나간 상태였죠.

“어떻게 저런 짓을”
“인간이 제일 잔인하다”

몸속에서 총알 17발이 발견되는 등 참혹한 상태의 오랑우탄 사체에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보르네오 오랑우탄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지정한 '심각한 위기종'입니다. 이는 야생단계에서 멸종되기 바로 전 단계이며, 인도네시아에서도 오랑우탄은 보호종입니다.

그러나 농민들이 팜 열매를 먹는 오랑우탄을 죽이는 일이 계속 벌어지고 있습니다. 한 팜오일 농장이 오랑우탄 한 마리당 15만 루피아(한화 약 1만2천원)의 현상금을 내건 사례도 있었죠.

이처럼 멸종위기에 놓였지만, 서식지에서는 천덕꾸러기 대접을 받는 동물이 우리나라에도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한국과 중국 중동부에만 서식하는 고라니가 그 주인공입니다.

멸종위기종 목록인 IUCN의 레드 리스트에 ‘취약’단계로 등재된 고라니는 우리나라에서 유난히 개체 수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번식력이 좋은데다 호랑이 등의 천적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고라니는 보호해야 할 위기종이 아니라 ‘유해야생동물’로 분류됩니다. 지난 2016년 한 해에만 고라니로 인한 농작물 등의 피해액이 24억 6천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일부 지자체는 고라니 포획에 포상금을 내걸기도 하는데, 일각에서는 고라니 꼬리를 잘라 제출하는 인증 방식의 잔인성을 비판합니다. 과거에는 고라니의 귀를 잘라 제출하기도 했죠.

또한 제대로 된 절차 없이 매몰된 고라니 사체가 환경을 오염시킨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멧돼지와 달리 고라니는 ‘먹으면 재수없다’는 민간 속설 때문에 식용을 꺼리는 게 일반적입니다.

멸종위기종과 유해동물 사이를 오가는 동물들. 인간이 함부로 자연을 해치면 안되는 건지, 아니면 농가 피해를 막기 위해 인위적인 개체 조절을 해야 하는지, 공존의 딜레마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서울=연합뉴스) 전승엽 기자·김지원 작가·장미화 인턴기자

kir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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